"음악과 株式에 내 삶도 '분산 투자'"

'마법의 성'과 '편지'의 작곡가이자 가수 김광진(53)은 제물포고를 졸업할 때까지 줄곧 인천에서 살았다. 어릴 적 좋아했던 야구팀도 삼미 슈퍼스타즈였다. 박민규의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고서는 "내가 주인공이 된 듯한 환상에 빠져 살았다"고 했다. 지금도 인천 전자랜드 농구팀 경기를 보기 위해 홈구장인 삼산월드체육관을 찾아간다. 경기 전 연습 시간에 선수들이 몸 푸는 모습을 관중석에서 지켜보는데, 유도훈 감독이 장난 삼아 그에게 농구공을 던져준 적도 있다. 김씨는 "혹시라도 돈을 많이 벌면 구단주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김광진이 3년 만에 디지털 싱글 '배다리'와 '지혜'를 발표하고 오는 5월 26~27일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신곡 '배다리'는 고향 인천 동구의 헌책방 거리다. 인기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로 지금도 국내외 관광객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태어나 자란 동네. 배가 들어왔던 다리래. 배도 다리도 이제는 없지. 예쁜 이름만 거리에 남아….'('배다리')

소박하고 정감 넘치는 노랫말에 특유의 밝고 화사한 선율을 포개서 향수(鄕愁)를 자극한다. '배다리' 작사가 허승경씨는 그의 아내다. 김씨는 "송창식의 '나의 기타 이야기'와 김현철의 '동네'처럼 유년 시절을 보낸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일깨우는 노래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김씨는 초등생 시절 라디오 프로그램에 '송창식의 곡을 틀어달라'는 신청 엽서를 100장씩 보냈을 정도로 송창식의 팬이었다. "당시 라디오 진행자가 아프다는 소식에 용기 내어 병문안을 갔더니 그분께서 '네 뜻은 알겠으니 이제 엽서는 그만 보내라'고 말씀하시던걸요(웃음)."

김씨는 음악인과 펀드 매니저의 '1인 2역'으로 유명하다. 1989년 장은투자자문에 들어간 뒤 삼성증권과 동부자산운용 등에서 20여년간 투자 전문가로 일했다. 2006~2009년 그가 운영했던 '더클래식 펀드'는 평균 수익률 70.8%를 기록하기도 했다. 2011년 사표를 낸 뒤 지금은 투자 자문과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음악과 주식(株式)은 연관이 없는 분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음악의 인기와 주식의 돈 모두 정점에 오른 듯하다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만큼 변동성이 극심하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그는 펀드 매니저로 1990년대 IMF 경제 위기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모두 겪었다. 가수로서도 1991년 SM기획(현 SM엔터테인먼트)을 통해 발표한 솔로 1집 음반과 2002년의 4집 음반은 상업적 실패에 가까웠다.

하지만 김씨는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누구나 운이 좋다가도 언제든 추락할 수 있다. 그렇기에 비관적 상황에 처하더라도 결코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IMF 위기를 거쳐 한국 경제가 정상 궤도로 올라온 것처럼 '우리의 삶도 예상보다는 회복이 빠르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음악과 주식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던 지난 삶에 대한 후회는 없을까. "아니에요. 겁도, 걱정도 많고 배포도 크지 않아서 어느 한 분야에 몰입했다가 실패했으면 상처가 더 컸을 거예요." 음악과 금융은 그의 삶에서 최고의 '분산 투자'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