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 전환·미국 진출… 삼성, 바이오 쌍끌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삼성의 바이오 계열사들이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미국 시장에 진출하며 도약 발판을 마련했다. 26일 금융감독원 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1분기에 매출액 1076억원, 영업이익 34억원을 기록했다. 창립 6년 만에 첫 분기 흑자를 거두며 향후 고성장을 위한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여기에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연구개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최근 미국에서 바이오 복제약 판매 허가를 받았다. 유럽 호주에 이어 세계 최대 제약 시장인 미국에서 글로벌 제약사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벌이게 된다. 삼성 특유의 속도전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삼성바이오 계열사들의 최대 주주인 삼성물산의 주가도 바닥을 치고 오름세를 타고 있다.

◇규모의 경제와 속도전 DNA 발휘

2011년 설립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 전문 기업(CMO)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1분기 흑자를 계기로 매출이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이오 의약품은 맥주를 빚듯 거대한 탱크에서 세균이나 동물 세포를 배양해 만든다. 생산 능력은 배양 탱크 용량에 비례한다. 현재 상업 생산을 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2공장은 18만리터(L) 규모로 스위스 론자와 독일 베링거인겔하임 등 세계적 제약회사에 이어 세계 3위 생산 능력을 갖췄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50% 늘어난 4419억원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올해 말 18만L 규모 제3공장까지 완공되면 생산 용량은 36만L로 늘어 세계 1위 업체가 된다.

전문가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빠른 성장은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서 쌓은 노하우가 바이오 사업에 그대로 적용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대규모 배양 시설 투자가 반도체 라인 증설과 흡사하다는 것. 윤호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는 "2공장은 매년 20%씩 가동률이 늘어나고 있다"며 "내년 말 3공장에서도 상업 생산이 이뤄지면 매출이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관절염 치료제 '렌플렉시스'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약은 지난해 9조3000억원 이상 팔린 미국 존슨앤드존슨의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복제약이다. 글로벌 제약사 머크가 판매를 맡은 데다 트럼프 행정부도 저렴한 복제약을 권장하고 있어 시장 전망이 밝다.

여러 바이오 복제약을 동시 개발하는 전략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미국 화이자의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인 '엔브렐'의 복제약을 개발해 한국·유럽·호주·캐나다에서 판매 허가를 받았고, 프랑스 사노피의 당뇨병 치료제 '란투스'의 복제약도 미국 FDA(식품의약국)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금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 제품은 생산하지 않았지만, 향후 바이오 복제약 출시가 본격화되면 이 제품들 생산 물량까지 넘겨받아 두 회사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게 된다.

◇"최대 주주 삼성물산 주가도 견인"

삼성 바이오 부문 계열사들의 급성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 삼성물산에도 호재(好材)로 작용하고 있다. 교보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물산 주가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계열사 주가 호조에 따른 지분 가치 상승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삼성물산 주가는 작년 11월 말 12만원대로 떨어진 상태에서 반등 기미를 찾지 못하다 이달 들어 13만원대 초반에 진입한 뒤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한병화 연구원은 "최근 삼성물산의 주가 호조는 바이오 계열사의 성장에 따른 실적 상승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며 "2015년 합병 당시 제일모직이 보유하고 있던 바이오 계열사들이 삼성물산 성장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 바이오 계열사들의 실적 호조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노무라증권 나한익 이사는 "삼성 바이오 부문이 보여주는 성장 스토리는 2015년 합병 당시에도 이미 예견됐던 것"이라며 "과거 이 분야의 가능성을 낮게 봤다면 바이오 산업에 대한 이해가 낮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