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700만 시대… 통신 3사급 서비스로 이미지 변신

국내 알뜰폰이 가입자 700만명 시대를 맞아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알뜰폰은 저렴한 요금제를 기반으로 출범한 지 5년 9개월 만에 가입자 700만명을 돌파했지만 중저가폰을 찾는 수요가 한계점에 이르면서 최근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알뜰폰 업체들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처럼 사물인터넷을 접목한 서비스를 새롭게 준비하거나, 삼성전자 갤럭시S8이나 LG전자 G6 같은 최신 스마트폰을 판매하며 가입자 모으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이 더 성장하려면 단순히 노년층이나 저소득층을 위한 전용 서비스라는 이미지에만 머물면 안된다"면서 "이동통신 3사에 뒤지지 않는 고객 서비스를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3월 현재 701만명…증가세 둔화

알뜰폰은 올 3월 말 가입자 701만7000명을 기록(미래창조과학부 집계)하며 처음 700만명 선을 돌파했다. 시장 점유율은 11.4%. 국내 휴대전화 보유자 10명 중 적어도 1명은 알뜰폰을 쓴다는 얘기다. 알뜰폰이 지금까지 가입자를 늘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요금 경쟁력 때문이다. 초창기부터 알뜰폰 업체들은 '기본료 0원'과 같은 파격적 요금제를 내세워 평소 휴대전화 사용량이 적은 소비자들을 주 타깃으로 공략했다. 스마트폰 데이터 요금도 알뜰폰이 훨씬 싸다. 녹색소비자연대는 최근 데이터 1~2GB(기가바이트)를 제공하는 통신 3사의 음성무제한 요금제와 비슷한 조건의 알뜰폰 요금제 비교를 통해 알뜰폰이 최대 43%(평균적으로는 26%) 싸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여기에는 정부 지원도 한몫했다. 이에 알뜰폰은 통신 3사로부터 통신망을 도매 가격에 빌려 쓰고 있고 그동안 모두 800억원에 달하는 전파 사용료도 감면받았다. 또 전국 1500곳의 우체국이 유니컴즈·이지모바일·인스코비 같은 중소 알뜰폰 업체의 유통망 지원을 위해 알뜰폰 판매를 대행해주고 있다.

하지만 알뜰폰이 단순히 저소득층 전용폰으로만 인식되는 상황이나, 요금은 싸지만 통신 3사에 비해 다른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점은 가입자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가입자 증가세도 최근 2~3년 사이 둔화됐다. 가입자 가운데 그나마 요금제가 비싼 LTE(4세대 이동통신) 사용자는 전체의 24%(올 3월 기준)에 불과하다. 미래부 관계자는 "알뜰폰 업계는 지난해 8380억원의 매출을 내고도 영업손실이 317억원이었다"며 "알뜰폰이 통신 시장에서 내실 있는 경쟁을 하려면 휴대폰을 많이 쓰는 가입자들을 끌어들일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서비스 발굴로 변화 시도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알뜰폰 업체들도 최근 이미지 변신과 함께 다양한 고객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에넥스텔레콤은 올 상반기 내 가전·가구 렌털 서비스와 함께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접목한 '홈 IoT' 상품을 출시한다. 예컨대 외부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에어컨을 작동시킬 수 있도록 하고, 침대에서 이용자 수면 패턴을 분석한 결과를 제공받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KT M모바일은 상조회사 좋은 라이프의 결혼·장례·돌잔치 지원 상품(월 3만7500원씩 140회 납입)에 가입하면 3년간 통신비인 99만원을 전액 할인해주는 서비스를 내놨다. 가입 기간 동안 행사 지원을 받지 않았으면 납입한 원금(525만원)은 전액 환급된다.

CJ헬로비전·SK텔링크·세종텔레콤 등은 최신 프리미엄폰인 삼성전자 '갤럭시S8'과 LG전자 'G6'도 판매하고 있다. 특히 CJ헬로비전은 월 6만원대 요금제로 갤럭시S8이나 G6를 구매할 경우, 최대 33만원까지 보조금을 제공한다. 통신 3사의 월 6만원대 요금제에서 보조금이 가장 많은 LG유플러스(15만8000원)의 약 2배다.

한국알뜰폰통신사업자협회는 그동안 휴대전화 보험 가입이 어려워 불편을 겪던 알뜰폰 이용자들에게 휴대전화 파손·고장 보상을 해주는 '알뜰 폰케어' 서비스를 최근 출시하기도 했다. 월 2200원에 연간 10만원 한도에서 수리비를 제공할 뿐 아니라, 약정 기간에 상관없이 원하는 시점까지 서비스 연장이 가능하다. 여기에는 건강 상담, 여행 예약 지원 서비스도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