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6차전서 베테랑 잡은 '배짱 노무라'

1일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볼런티어 오브 아메리카 텍사스 슛아웃 마지막 4라운드가 열린 미국 텍사스주 어빙의 라스 콜리나스 컨트리클럽(파 71). 최종 합계 3언더파 281타를 친 노무라 하루(24·일본)와 크리스티 커(40·미국)가 연장전에 들어갔다.

연장전은 6차전까지 이어졌다. 한 홀에서 이기면 바로 승부가 결정 나는 연장전에선 아무래도 경험이 풍부한 선수가 유리하다. 커는 1997년 LPGA 투어에 데뷔해 메이저 대회 2승을 포함해 통산 19승을 올린 베테랑이었다. 더욱이 커는 이 대회 바로 전에 열렸던 롯데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노무라를 잘 아는 이들은 "배짱만큼은 (노무라를) 따라올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사실이었다. 연장 여섯 번째 홀인 18번 홀(파5)에서 노무라는 우드를 잡고 친 두 번째 샷을 그린 위에 올렸다. 노무라가 투온을 시도하자, 커도 우드를 꺼내 들었지만 공은 벙커로 향했고 결국 버디를 잡은 노무라에게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노무라는 이 대회 우승으로 LPGA 투어 통산 3승째를 올렸다.

노무라는 지금까지 실력보다는 독특한 배경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를 따라 국적은 일본을 택했지만, 7세 때 한국으로 건너와 고등학교까지 서울에서 다녔다.

그를 키운 건 서울의 외할머니였다. 노무라는 본지 인터뷰에서 "외할머니가 TV에서 박세리 선수를 보고 나를 골프연습장에 데리고 갔다"며 "외할머니는 내 인생의 기둥 같은 분"이라고 했다. 그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외할머니가 끓여주는 김치찌개다. 노무라는 "미국에서 투어 생활을 하면서도 외할머니가 보내주는 미숫가루, 배즙을 먹으며 힘을 낸다"고 했다. 할머니의 영향일까. 노무라는 인터뷰에서 또래 입에서 나오기 어려운 말을 쏟아냈다. 그는 "짧고 굵게 사는 게 인생의 신조"라며 "골프 이외에 먹고살 일도 생각해둬야 한다"고 했다. 이어 "몸과 정신이 건강할 때 골프를 그만두고 싶다"고도 했다. 물론 여기엔 전제가 있었다. 그는 말했다. "우선 메이저 우승을 하고 최종적으로 박인비 언니처럼 모든 걸 다 이루는 커리어를 쌓은 뒤에요."

이 대회에서 박성현이 4위(이븐파)에 자리했고, 지은희, 허미정 등이 공동 5위(1오버파)를 차지했다. 3라운드까지 공동 2위였던 박인비는 공동 13위(3오버파)로 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