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계열화 '덫'에 걸려… 현대·기아車그룹 급브레이크

현대위아 -46.2%, 현대모비스 -6.9%, 현대글로비스 -0.4%.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의 1분기 영업이익 감소율이다. 그룹의 주력 현대차와 기아차가 지난 1분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중국 판매가 급감하면서 영업이익률이 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크게 고전하자 주요 계열사 역시 동반 부진에 빠진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기아차를 정점으로 자동차 원재료인 강판부터 부품·완성차까지 모두 생산하는 '수직 계열화'가 전 세계 완성차 업체 중 가장 잘 이뤄져 있다. 현대차그룹은 일사불란한 의사 결정과 자동차 산업 전문화를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 등 수직 계열화의 장점을 활용해 글로벌 5대 자동차 업체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이번 실적 악화를 통해 완성차 판매가 흔들리면 그룹 전체 수익성이 동시에 악화되는 수직 계열화의 구조적 취약함을 드러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직계열화 구조는 경기 변동에 연쇄 반응을 할 수밖에 없어 주력 계열사가 어려움에 빠진 이후 그룹 전체가 뿌리째 흔들린 사례는 숱하게 많다"면서 "현대차 그룹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대·기아차 실적 악화에 계열사 동반 부진

지난 2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현대모비스는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6.9% 감소했다. 변속기·엔진 등을 만드는 현대위아는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6.2% 감소했다. 현대·기아차가 생산한 자동차의 운송을 맡고 있는 현대글로비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0.4% 감소했다.

이 계열사들의 실적 악화는 현대·기아차 세계 판매에서 23%를 차지하는 중국 사업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결과로 분석된다. 현대차의 1분기 중국 판매 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4% 감소했고 기아차는 35.6% 줄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중국에서 완성차 물량이 감소하면서 모듈, 핵심 부품 사업의 매출과 손익이 모두 감소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매출의 70%를 현대·기아차에 의존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의존도가 80%에 달하는 현대위아도 비슷한 상황이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기아차 중국 공장의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현지 물류가 감소, 실적이 나빠졌다.

현대제철은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2% 늘었지만 포스코 영업이익이 107% 증가한 데는 미치지 못했다. 현대제철이 국내에서 만든 자동차 강판을 중국에 보내면 현지에서 가공해 부품 업체로 공급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현대·기아차 중국 판매 감소는 현대제철 실적과 직결된다.

◇세계 유일의 수직계열화 완성차 업체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 가운데 유일한 '수직 계열화' 그룹이다. 그러다 보니 위기마다 '부실 도미노'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작년에도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량이 18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영업이익률이 5년 연속 하락하자 그룹 계열사의 실적이 동반 하락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와 1.3%씩 줄었다. 현대위아는 영업이익이 48% 급감했다.

현대차그룹이 수직계열화를 통해 부품 분야까지 독식하는 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현대차그룹은 물론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 통제 속에 중소 부품업체들이 경쟁력을 잃고 도태돼 생태계가 무너질 경우 현대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수직 계열화를 통한 효율성만 따지기보다 협력업체 경쟁력을 높이는 등 방법으로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직계열화

기업이 계열사를 통해 재료에서부터 부품 생산, 완성품의 제조·판매·사후관리까지 수직적 체계를 만들어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로부터 자동차용 강판을, 현대모비스·현대위아 등 계열사로부터 엔진·변속기 등 부품을 공급받아 완성한 후 물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가 운송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