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vs 에이리언… 이번엔 인공지능 결투다

"당신이 저의 창조주라면 저는 당신의 아들(son)인가요?" "피조물(creation)이라고 할 수 있겠지."

9일 개봉하는 영화 '에이리언: 커버넌트'(감독 리들리 스콧)는 인공 지능(AI)과 인간이 대화를 나누는 첫 장면부터 에두르는 법 없이 철학적 주제에 파고든다. 인공 지능은 분명 인간의 창조물이다. 하지만 인공 지능이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더라도 인간의 아들이라고 부르는 법은 없다. 신과 인간의 관계를 뒤집은 듯한 이 문답을 통해서 영화는 창조와 복제, 자유 의지와 복종 같은 문제를 다루겠다고 선언한다. 인류의 미래를 상상하는 과학 영화(SF)들이 철학적 문제를 즐겨 다룬다는 점도 역설적이다.

'에이리언' 시리즈는 1979년 등장한 이후 4편까지 서로 다른 감독이 연출을 맡으면서 'SF 영화의 교과서'로 자리 잡았다.〈표〉 1편에서 리들리 스콧 감독이 특유의 유려한 영상에 철학적 질문을 담았다면, '터미네이터'와 '타이타닉'의 제임스 캐머런은 신나는 액션 영화로 2편을 만들었다. 국내 개봉은 2편이 1편보다 한 해 앞섰다.'세븐'과 '소셜 네트워크'의 데이비드 핀처는 3편에서 짙은 황색 위주의 시각적 이미지로 황량함을 강조했고, 프랑스의 장피에르 죄네 감독은 4편에서 생명 복제와 윤리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수명이 다한 듯한 '에이리언' 시리즈를 되살린 건 1편을 연출한 스콧이었다. 2012년 그는 '에이리언' 1편의 전사(前史)를 다룬 '프로메테우스'를 통해서 4편 이후 15년 만에 이 시리즈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특히 '프로메테우스'에서 스콧은 외계 생명체와 인간의 대립이라는 줄거리에 인류 탄생의 시원(始原)을 찾아 나선다는 대담한 발상을 접목시켰다. 스콧 감독은 4일 시사회 직후 열린 영상 기자회견에서 "'에이리언 1편' 이후 빼어난 후속작들이 나왔지만 내가 애초에 던진 질문에 속 시원하게 답했던 작품은 없었다"면서 "시리즈 전체에 걸쳐 분산되어 있던 요소들을 다시 연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지의 행성에 도착한 탐사대가 낯선 생명체와 처절한 생존 투쟁을 벌인다는 골격은 이번에도 변함없다. 인공 지능 간의 대결이라는 설정은 터미네이터 시리즈와 흡사하고, 악마적인 인공 지능이 인간을 파멸의 위기로 몰아넣는 후반부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연상시킨다. 창조자인 인간을 향해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는 인공 지능이라는 착상은 리들리 스콧의 1982년작 '블레이드 러너'를 빼닮았다. 영화를 둘로 나누면 전반부는 '프로메테우스'에 가깝고, 후반부는 '에이리언' 기존 시리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번 영화가 결정적으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인간과 에이리언, 인공 지능 사이에 역설(逆說)의 '삼각 구도'를 완성했다는 점이다. 인간은 인공 지능을 창조했지만, 정작 반란을 꿈꾸는 인공 지능은 에이리언을 보호하고, 에이리언은 인간을 공격하는 식이다. 인간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 애쓰는 인공 지능 '월터'와 적대적인 인공 지능 '데이빗'을 모두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가 연기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패스벤더는 할리우드 역사상 처음으로 인공 지능을 '1인 2역'으로 연기한 배우일 것이다. 목소리의 톤과 표정 변화만으로 두 인공 지능의 차이를 표현하는 연기는 경이롭다.

스콧 감독은 "SF 영화의 장점은 어떤 이야기도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에이리언'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더니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지닌 세계가 튀어나왔다"고 말했다. 후속편 시나리오 작업에도 들어갔다. 올해 여든을 맞은 노장에게 '에이리언'은 필생의 과업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