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롭다, 이탈리아 문학 돌풍

이탈리아 문학이 출판계의 새 메뉴로 떠올랐다. 이탈리아 작가 프리모 레비(1919~1987) 소설집 '릴리트'와 장편소설 '지금이 아니면 언제?'가 돌베개 출판사에서 최근 나온 것을 비롯해 이탈리아 문학이 다양하게 출간되고 있다. 지금껏 이탈리아 문학에 대한 관심은 움베르토 에코에게 집중됐고, 소수 독자층이 이탈로 칼비노의 실험 소설에 열광했다. 번역도 대부분 영어와 불어 중역이었다. 그러나 요즘 미국과 유럽 서점가에서 이탈리아 소설 바람이 불면서 국내에도 이탈리아 문학의 열기가 뜨겁다. 최근 젊은 이탈리아어 전문 번역가들이 늘어난 덕분이기도 하다.

요즘 세계적으로 이탈리아 문학 돌풍의 주역은 얼굴 없는 작가 엘레나 페란테. 나폴리 출신 여성이란 걸 제외하곤 본명을 비롯해 신상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 언론이 숱하게 작가 정체를 밝히려고 애썼지만 아직도 비밀이 유지되고 있다. 페란테의 대하소설 '나탈리 4부작'이 세계 43개국에 번역돼 500만 부 넘게 팔린 가운데 국내에서도 첫 권 '나의 눈부신 친구'와 두 번째 권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김지우 옮김)가 한길사에서 지난 연말 나와 지금껏 3만 부 찍었다. 5월 말 세 번째 권이 나오고 연말에 완간될 예정이다. 페란테의 소설은 나폴리에서 태어난 릴라와 레누 두 여성이 걷는 각자의 삶을 대비시키면서 두 여성이 60년간 나눈 우정과 연대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두 여성의 성장기를 바탕 삼아 현대 사회에서 여성적 삶의 의미를 추구한다. '여성 혐오에 대한 여성의 투쟁'이란 평도 받았다.

인도계 미국 작가로 퓰리처상을 받은 줌파 라히리가 영어 대신 이탈리아어로 쓴 산문집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그녀가 20년 넘게 익힌 이탈리아로 쓴 첫 산문집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에 이어 두 번째 산문집 '책이 입은 옷'(이승수 옮김)이 최근 마음산책에서 나왔다. 줌파 라히리는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이 가장 좋아한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녀는 "글 쓰는 과정이 꿈이라면 표지는 꿈에서 깨는 과정"이라며 산문집 '책의 옷'을 써냈다. 이 책은 종이책의 존재 이유를 표지의 질감을 통해 잘 설명한다.

프리모 레비는 올해 30주기를 맞아 집중 조명받고 있다. 이번에 번역된 그의 소설이 다룬 '릴리트'는 구전되는 유대 신화 속의 인물로, 하와 이전에 아담의 짝으로 정해졌지만 신의 저주를 받아 끝없이 변신하는 인물이다. 레비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유대인 작가로서 자화상을 그 신화적 인물에 투영했다.

현재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자로 거론되는 작가 클라우디오 마그리스도 국내 독자에게 소개되고 있다. 유럽의 역사와 신화, 문화, 지리를 아우르는 고품격 에세이가 먼저 들어왔다. 인문학 에세이 '다뉴브'(이승수 옮김)와 '작은 우주들'(김운찬 옮김)이 문학동네에서 나왔다. 클라우디오 마그리스는 에세이를 통해 "강은 늙은 도인과 같다"며 "강변을 따라가며 큰 바퀴 위에서도, 바큇살 틈새에서도 가르친다"고 했다. 그의 에세이는 서정적이면서도 온갖 문헌에서 찾아낸 박식(博識)의 향연이기도 하다. 강변을 거니는 듯한 책 '다뉴브'는 1990년 프랑스 최고외국도서상의 에세이 부문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