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체 셔틀 때문에… 그 섬이 멍들고있다

부처님오신날 휴일인 3일 오전 11시, 고군산군도 연결도로(신시도~무녀도~선유도~장자도)의 무녀도 회차(回車) 지점. 관광객 300여명이 이곳에서 2.5㎞ 떨어진 선유도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려고 200m가량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한 남성이 "버스가 공짜"라며 관광객 10여명을 미니버스에 태우더니 가건물 형태로 지어진 선유도의 한 음식점으로 갔다. 그러곤 "여기까지 모셔왔는데 우리 식당에서 밥은 드셔야 하지 않겠느냐"며 '음식 강매'를 했다. 이 음식점은 영업 신고를 하지 않은 불법 업소였다. 승객이었던 이모(45·대전)씨는 "구경부터 하고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마음대로 관광을 못 하게 됐다"면서 "무료라던 버스가 돈을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음식점 측에 고용된 버스기사는 식사를 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관광객에게 버스비로 5000원을 내라고 뒤늦게 요구하기도 한다. 선유도 파출소엔 이런 식의 피해를 봤다는 신고가 하루 1~2건씩 들어온다. 하지만 경찰은 올 들어 단 3건의 불법 운송 행위를 적발했을 뿐이다. 파출소 관계자는 "녹음 파일이나 동영상 같은 증거가 없으면 단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요즘 주말이면 '바다 위의 정원'으로 불리는 고군산군도의 비경을 보러 1만명가량의 관광객이 몰린다. 절반 이상이 선유도를 찾는다. 걷거나 자전거를 빌리는 경우도 있지만, 편하게 이동하려고 무료임을 내세운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도 많다. 현재 무녀도와 선유도를 연결하는 비포장도로 2.5㎞를 15인승~20인승짜리 셔틀버스 5대가 달리고 있다. 내년 초 개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는 시공사 측은 일반 차량의 통행은 금지하고, 주민 차량만 다니게 하고 있다. 그런데 선유도에서 음식점·펜션 등을 하는 일부 업주들이 "우리도 주민"이라며 시공사에 셔틀버스 통행 등록을 한 다음, 자기 업소로 관광객들을 실어와 장삿속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선유도엔 음식점이 30개 있다. 이 가운데 9개는 불법이다. 군산시가 지난해 3차례 지도 단속에 나섰고 형사고발까지 했지만 배짱영업을 하고 있다. 이금종 선유도 상가협의회장은 "불법 업소가 하루에 100만원을 버는데, 벌금 200만원이 무섭겠느냐"며 "지난해 7월 고군산군도 연결도로가 부분 개통하면서 관광객 60여만명이 늘었는데, 셔틀버스로 손님을 채가는 불법 업소 탓에 기존 상인들의 매출은 그대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세금 한 푼 안 내는 사람들이 허가받아 장사하는 사람보다 더 돈을 버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합법 음식점의 경우 일부 업소만 예약 손님이 있을 때 부정기적으로 승합차를 운행하는 실정이다.

무녀도 주민들은 "셔틀버스가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내는 먼지 때문에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라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임해천(50) 무녀도 개발위원장은 이날 셔틀버스 운행에 항의하며 운전기사와 몸싸움을 벌이다 도로에 드러누워 차량 통행을 막기도 했다. 정종국 선유도 관광진흥회장은 "불법 영업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선유도를 포함해 고군산군도 전체의 이미지가 나빠지고 있다"며 "내년 1월 고군산군도 연결도로 완공을 앞두고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