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저축펀드 수익률 확인해보니… 1위 23%, 꼴찌는 -16%

직장인 김성주(38)씨는 5년간 납입해온 연금저축펀드 상품을 얼마 전 보험사 연금저축보험으로 교체했다. 기존 펀드 수익률이 -11%로 도통 손실을 벗어나지 못하자, 수익률이 안정적인 보험으로 바꾼 것이다. 김씨는 "요즘 주가가 많이 올랐는데도 수익률이 부진한 것을 보고 가망 없다고 생각해 상품을 교체했다"고 말했다.

노후 안전판 중 하나인 '개인연금저축'. 작년 말 기준 556만5000명이 가입한 가장 대중적인 연금 상품이다. 연말정산 혜택만 따지느라 수익률은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관리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의외로 클 수 있다.

◇금융사별 수익률 천차만별

연간 400만원까지 납입액에 대해 세액공제하는 연금저축은 연금저축신탁(은행), 연금저축보험(보험사), 연금저축펀드(증권사)로 구분해 팔린다. 금융감독원이 만든 금융 상품 통합 비교공시 사이트 '금융상품한눈에'(http://finlife.fss.or.kr)를 방문하면 업권별 상품 수익률을 확인할 수 있다. 메인 화면에서 '연금' 카테고리를 클릭하면 바로 비교 공시창으로 이동한다.

은행이 판매하는 연금저축신탁에선 부산은행의 '연금저축신탁 안정형 제1호'가 4.68%의 연평균 수익률로 1위다. 이어 같은 부산은행의 '연금저축신탁 채권형 제1호'가 4.61%로 2위, 경남은행 '연금저축신탁안정형 제1호'가 4.05%로 3위, 신한은행 '연금저축신탁 채권형 제1호'가 3.98%로 4위를 차지했다.

연금저축신탁은 대부분 은행이 채권 위주로 안정적인 운용을 하고 있어서 수익률 차이가 크지 않다. 꼴찌가 KEB하나은행 '연금저축신탁안정형2호'인데 2.32%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자산운용사가 관리하는 연금저축펀드는 수익률 격차가 큰 편이다. 1위인 삼성자산운용 '삼성클래식인덱스연금증권전환형투자신탁 제1호'가 23.67%의 연평균 수익률을 거두는 반면, 꼴찌인 메리츠자산운용의 '메리츠코리아스몰캡증권투자신탁[주식]종류C-P'는 -16.41%의 연평균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연금저축펀드를 신중하게 고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은 '공시이율'을 살핀다. 공시이율은 시중 금리 변화에 따라 저축성보험에 적용하는 이율이다. 생명보험사에선 한화생명의 'e연금저축보험무배당'이 연 3.39%로 1위,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의 '무배당라이프플래닛b연금저축보험'이 3.3%로 2위에 올랐다. 손해보험사에선 삼성화재의 '다이렉트 연금저축' 및 '아름다운 생활'이 연 2.5%로 1위, 현대해상의 '다이렉트 연금보험'이 2.45%로 2위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연금저축을 얼마나 열심히 판매하는지에 따라 금융회사별로 적용 이율에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계약 이전 고려할 만

'금융상품한눈에' 사이트에서 연금저축 수익률을 확인할 때는 수익률 외에 '예상 월연금액'도 살피는 게 좋다. 금융사들은 운용 대가로 수수료나 사업비를 부과하는데 각 사별로 조금씩 차이가 난다. 수익률이 높아도 수수료나 사업비 비중이 크면 실제 손에 쥐는 것은 적을 수 있다. 예상 월연금액은 수익률, 사업비, 수수료 등을 감안해 추후 얼마나 연금을 받을 수 있는지 계산한 것이다. 가입 연령, 월납입액, 납입 기간, 연금 개시 연령 등 조건을 입력해 확인할 수 있다. 생명보험협회 등 각 협회 홈페이지에서도 수익률을 찾아볼 수 있다.

수익률 비교를 통해 본인 상품 수익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 '계약 이전' 제도를 활용해 갈아타기를 할 수 있다. 업권별로 상품은 조금씩 차이가 난다. 우선 연금저축보험은 원금이 보장되고 예금자 보호를 받는 이점이 있다. 매달 일정액을 납입하는 형태가 대부분이고, 수령액을 낮추면 평생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공시이율 적용으로 수익률이 낮고, 사업비 비중이 높은 것은 단점이다.

은행 연금저축신탁은 예금자 보호를 받으면서 수수료 비중이 낮은 편이지만 수익률도 낮은 편이다. 내가 원할 때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는 것은 이점이고, 원금 보장형 상품에 가입하려면 올해 안으로 계약해야 한다. 정부가 단계적으로 내년부터 원금 보장형 연금신탁 판매를 금지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의 연금저축펀드는 각종 보호 및 보장을 받지 못하지만 운용 성과에 따라 매우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큰 손실을 볼 수 있는 위험도 안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업권별 상품 특성을 고려해 필요에 따라 갈아타면 된다"고 설명했다. 계약 이전 제도를 활용하면 세제 혜택 반납 같은 불이익 없이 상품을 교체할 수 있다. 기존 금융회사를 방문할 필요 없이 원하는 곳에 찾아가 신청하면 해지 및 신규 계약을 일괄 처리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