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돌아왔다, K팝·재즈 스타

'강남 스타일'의 싸이와 '재즈 디바(diva)' 나윤선이 10일 나란히 새 음반을 발표했다. 둘은 장르는 다르지만, K팝과 재즈 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로 꼽힌다. 이날 싸이의 기자 회견에는 취재진 200여 명이 몰렸다. 나윤선은 1:1 인터뷰 방식으로 9개 매체와 만났다.

8집으로 돌아온 가수 싸이 "'젊은 피' 받아들인 뒤 숨통 트여"

"무대에 서는 일은 하나도 떨리지 않는데, 이 자리는 너무너무 떨리네요."

10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가수 싸이(41)가 8집 음반 '4X2=8' 발표 회견장에 올라오면서 능청스럽게 말했다. 그의 음반 이름에는 '싸이(4X2)의 8집(8)'이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 이날 회견장에서 그는 신곡 '뉴페이스'와 '아이 러브 잇(I Luv It)'의 뮤직 비디오도 공개했다. 빠른 템포의 댄스 음악에 중독성 강한 후렴구와 속사포처럼 빠른 랩을 얹은 싸이 특유의 스타일은 여전했다.

신곡은 흥겨움으로 가득했지만, 정작 싸이의 발언은 가볍지 않았다. 그는 "2년 전쯤부터 내가 만든 멜로디와 가사, 랩이 올드(old)하게 들렸다"고 말했다. 싸이는 "2012년 '강남 스타일'이 히트한 이후 '예전 곡을 답습하는 것 같다'고 지적하시는 분들도 더불어 늘었다"고 말했다.

고심 끝에 그가 이번 음반에서 채택한 전략은 '젊은 피 수혈'이다. '빅뱅'의 지드래곤과 태양, 타블로, 배우 이성경씨 등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의 후배 가수와 배우들이 이번 음반에 찬조 출연했다. 싸이는 "머리가 복잡했는데 '젊은 피'를 받아들인 뒤 숨통이 확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당초 싸이는 지난해 하반기에 새 음반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6개월 정도 출시를 연기했다. 그동안 싸이는 '최순실 특혜 연예인'이라는 구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는 "근거도, 증거도 없는 말들이 쏟아졌지만, 말이 말을 낳는 상황에서는 어떤 해명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말을 아꼈다"고 말했다.

'강남 스타일' 이후 세계적 히트곡이 다시 나오길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싸이는 "부모님이 주신 능력 중에서 가장 감사드리는 것이 '주제 파악을 잘한다'는 점'이다. 이번 음반은 모두 수출용이 아니라 내수용(內需用)"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심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본심(本心)을 찾겠다"고 말했다.

4년 만에 컴백, 재즈 가수 나윤선  "록스타들의 덜 유명한 곡 재해석"

재즈 가수 나윤선(48)은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의 시어 사운드(Sear Sound) 스튜디오에서 새 음반을 녹음했다. 1963년 문을 연 이 스튜디오는 뉴욕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녹음실로 꼽힌다. 밥 딜런과 데이비드 보위, 스팅과 노라 존스 등이 녹음했던 이 스튜디오에는 나윤선이 고를 수 있는 보컬 마이크만 80여 개에 이르렀다. 나윤선은 미국 재즈 연주자들과 함께 아날로그 방식으로 녹음했다. "아날로그 방식이라서 볼륨을 키워서 들어보면 깨끗하지 않은 노이즈(noise)도 살짝 섞여 들어갔어요."

이번 음반 '그녀는 움직이네(She Moves On)'에서 그는 폴 사이먼과 지미 헨드릭스 같은 팝과 록스타들의 곡을 재즈로 재해석했다. 재미난 건, 이 가수들의 히트곡이 아니라 조금은 덜 알려지고 낯선 곡들을 골랐다는 점이다.

음반 제목인 '그녀는 움직이네'도 폴 사이먼이 영화 '스타워즈'에서 레아 공주를 맡았던 여배우 캐리 피셔(1956~2016)를 떠올리며 쓴 노래다. 이들은 1983년 결혼했지만 이듬해 이혼했다. 나씨는 "이 노래는 짧고 치열했지만 슬프게 헤어지고 말았던 이들의 사랑이 남긴 산물"이라며 "사랑 노래를 부를 때는 부르는 사람이 되거나, 반대로 그 노래의 대상을 떠올린다"고 했다.

나씨는 국립합창단장을 지낸 합창 지휘자 나영수(79)씨와 '뮤지컬 1세대'인 성악가 김미정(76)씨의 딸이다. 하지만 그는 음악이 아니라 불문학을 전공했고 1994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통해 뒤늦게 데뷔했다.

이듬해 프랑스 유학을 떠나 서른을 넘긴 뒤 2001년 첫 음반을 발표했다. 나씨는 "돌아보면 재즈에 대한 선입견 없이 백지 상태에서 흉내 내지 않고 내 목소리를 찾으려 한 것이 오히려 득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은 음반을 발매할 때마다 유럽에서 15만 장씩 팔리는 '재즈의 한류 스타'다. 나씨는 "미리 정해진 결론 없이 자유롭게 진행된다는 점에서 삶과 재즈는 닮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