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문경안

요즘 문경안 회장의 얼굴에는 미소가 넘친다. 버바 왓슨 때문이다. 왓슨이 볼빅의 핑크 볼을 사용한 이후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의 관심이 뜨겁고, 물량을 맞추기 힘들 정도로 제품에 대한 문의와 주문이 쇄도하기 때문이다. ‘버바 효과’를 확실하게 실감하고 있다.

굴러온 복덩이 '버바 왓슨', 컬러 볼에 날개를 달다

문 회장이 왓슨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것은 무엇보다 컬러 볼에 대한 편견을 깨줬다는 점에서다. “사실 볼빅 컬러 볼의 가장 큰 핸디캡은 ‘여성 전용’이라는 이미지였다. 하지만 버바 왓슨이 사용하면서 그 이미지가 많이 희석된 분위기다. 오히려 미국PGA투어 우승자가 왜 이 볼을 사용할까라는 궁금증이 더 커졌다. ‘컬러 볼을 써도 될까’라는 의구심을 가졌던 선수들에게 명쾌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상당히 만족스럽다.”

문 회장은 얼굴에 웃음기를 거두지 않고, 최근 대만 볼 생산 관계자와의 미팅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놨다.

“대만에서 꽤 다양한 브랜드의 볼을 생산하고 있는 관계자가 우리를 찾아왔다. 그는 컬러 볼에 관심이 있다면서 볼빅 컬러 볼을 생산하고 싶으니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이 정도면 볼빅이라는 회사가 괜찮게 성장하고 있는 것 아닌가?”

스타마케팅보다 유망주와의 동반 성장 원해

스타마케팅 효과를 통해 볼빅 브랜드가 한 단계 더 성장한 것을 문 회장은 쿨하게 인정했다. 하지만 스타 마케팅을 계속 활용하는 것은 어렵다고 딱 잘라 말했다.

“버바 같은 슈퍼스타의 몸값은 굉장히 높다. 우리 예산으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다행히 그가 먼저 골프 볼을 사용하고 싶다고 의뢰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만약 우리가 미국PGA투어 프로를 설득하고, 그에 맞는 금액을 제시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문 회장은 오히려 그 동안 지속해온 것처럼, 유망주와의 동반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 골프가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유망주가 끊임없이 배출돼야 한다. ‘화수분’이라고 하지 않는가? 우리는 1년에 100~200명 정도의 유소년 선수를 후원하는 일을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우리의 바람은 이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성장해 한국 골프를 알렸으면 하는 것이다. 그들이 앞으로도 볼빅 골프 볼을 사용할 것인지의 여부는 차후의 문제다.”

스타 골프 볼이 나와야 산다

2009년 볼빅을 처음 인수했을 때의 시장 점유율은 3%에 불과했다. 그러나 어느덧 3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러한 고공성장에는 이유가 있었다. ‘틈새’를 정확하게 공략한 것이다.

“볼 시장에는 확실한 1인자가 존재했다. 타이틀리스트였고, 우레탄 커버를 가진 프로 V1이다. 우레탄 커버 시장을 파고들어 1인자가 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그래도 분명 빈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고민 끝에 나온 해답이 컬러 볼이었다.”

왜 컬러 볼이었을까? 문회장은 “모든 스포츠가 화려한 컬러 볼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축구공을 생각해보자. 처음에는 흰색과 검정색이 섞인 공을 썼지만 지금은 다양한 컬러의 축구공이 대체하고 있다. 스포츠 볼 대부분도 더욱 화려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골프도 컬러가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TV화면에서 160km로 날아가는 흰색 골프 볼은 눈에 잘 띄지도 않고, 관전 재미도 없다. 반면 각양각색의 컬러 볼이 화면에 비친다면 오히려 더 흥미로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는 “언젠가는 흰색 골프 볼이 추억의 산물이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고 했다.

‘비비드(Vivid)’라는 확실한 스타

이러한 확신을 갖고 출발한 그는 기술력을 높이는 데 모든 힘을 쏟아 부었다. 아무리 기획이 좋고, 아이디어가 있어도 기술력이 따르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우리는 자체 기술력만으로 골프 볼을 생산한다. 보유하고 있는 특허도 52개다. 다른 브랜드에 비해 부족하지만 그래도 자체적으로 볼을 디자인하고 개발, 생산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성능을 발휘한다는 것에 자부심이 있다.”

문회장은 “컬러 볼로 골프 볼 넘버1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현재 골프 볼 시장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레탄 커버 볼, 소프트필링 볼, 그리고 다양한 컬러 볼이다. 브랜드가 뜨기 위해서는 ‘스타’가 존재해야 한다. 우리는 ‘비비드(Vivid)’라는 확실한 컬러 볼 스타가 있다. 이를 기반으로 골프 볼의 점유율을 더욱 늘려나간다면 충분히 국내 넘버1도 가능하다고 본다.”

골프 토털브랜드의 출발점에 서다

문 회장은 ‘볼빅’이라는 브랜드를 그의 생각보다 빠르게 정착시켰다. 그는 “생각보다 볼빅이라는 브랜드가 골퍼 사이에서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브랜드의 가치도 그만큼 올릴 수 있었다”며 흐뭇해했다. 이러한 결과는 ‘차별성’때문이라고 문 회장은 강조했다.

“기본적으로 남이 하는 것을 따라 하는 것은 안 한 것만 못하다. 남보다 더 빠르게 행동하고, 다르게 생각하며, 그리고 발전된 결과를 내야 한다는 철칙을 가지고 있다. 컬러 볼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들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상품화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보다 빨리 상품화해 시장을 선점했다. 그리고 마케팅도, 대회 유치도 남들이 생각할 때 나는 이미 행동으로 옮겼다. 이것이 발전속도라고 생각한다. 차근차근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에 보다 먼저 뛰어들어 기다리는 것도 필요하다.”

볼빅은 올해를 골프 토털 브랜드로 가는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이는 문회장이 2009년 볼빅을 설립할 때부터 머릿속에서 구상했던 청사진이었다. 그는 “첫 5년은 브랜드를 알리고 이후 5년은 아이템을 확장하며, 그 다음 5년은 로열티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골프 시장에서 볼의 비중은 10%가 채 안 된다. 볼만 가지고 성공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처음부터 골프 볼을 발판으로 삼아 토털 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문 회장은 올해 퍼터와 웨지를 시작으로 클럽을 출시했고, 볼빅의 라이선스를 사용하는 ‘볼빅브이닷’이라는 의류 사업도 전개했다. 문회장은 차근차근 사업을 정착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 아직 더 성장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신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토털 브랜드로 한꺼번에 시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사업은 장기적인 계획이다. 우선 볼빅이라는 브랜드가 이제 정착단계에 왔다고 생각한다. 실질적으로는 제품 판매가 더 이뤄질 수 있도록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 등에 더욱 신경을 써 브랜드의 기반을 다져나가는 데 더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한국 대표 브랜드로 후대에 물려주는 것이 목표

“2016년 리우올림픽을 보면서 기쁘면서도 안타까웠다”고 문 회장은 말했다. “박인비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 국민들이 환호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씁쓸함이 몰려왔다. 박인비의 클럽이나 볼, 골프화는 모두 외국 브랜드가 후원한다. ‘결국 누구에게 이득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꼭 볼빅 볼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골프 장비를 사용하고, 세계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면 우리나라 골프 산업에 좋은 영향을 미쳤을텐데…. 그 부분이 항상 아쉽다.”

그의 말처럼 현재 국산 브랜드를 골프 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볼빅 만이 유일하게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선수 면면을 보면 한국은 골프 강국이다. 하지만 골프 산업에서는 아니다. 문 회장은 이 부분을 타파하고 싶어한다.

“타 브랜드와 비교해도 필링과 비거리에서 큰 차이가 없다. 이제는 브랜드의 가치를 얼마나 높이느냐의 싸움이다. 나는 충분히 자신 있다. 올해는 골프 볼에서 세계 톱3 브랜드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꾸준히 기술을 개발하고, 브랜드를 알리는 데 더 열심히 할 것이다. 그래서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볼빅이 한국 골프 브랜드라고 알 수 있도록 성장시키겠다. 그리고 볼빅을 후대에 넘겨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목표다.”


자료 제공 : THE GOLF (www.the-gol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