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조각 전시장? '개신교 테마파크'입니다

경기 양평 서종면 숲속 골짜기 약 3만평 대지에 펼쳐진 'W-스토리'. 이곳에 들어서면 정체가 뭔지 잠시 헷갈린다. 교회인가, 갤러리인가, 야외 조각 전시장인가, 자연 체험 학습장인가 그도 아니면 수목장(樹木葬) 묘지? W-스토리를 세운 송길원 목사(60·하이패밀리 공동대표)는 "이 모든 것이 모인 '개신교 테마파크'로 보면 된다"며 "다양한 장치를 통해 하나님을 체험하고 자신만의 신앙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곳"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시설 각각엔 '스토리(이야기)'가 풍성하다. 언덕 위에 놓인 종탑 윗부분은 무지개 빛깔로 수놓인 하트 조형물, 아래엔 자갈로 하트 모양을 만들었다. '하늘의 사랑이 땅으로 이어진다'는 뜻. 매달린 종의 숫자 153은 부활한 예수가 베드로에게 잡게 한 물고기 숫자다. '비움과 소통 미술관' 바로 위는 수목장 묘지이다. 꽃이 십자가 모양으로 피는 꽃산딸나무 아래엔 이곳에 잠든 20여 명의 이름이 작은 돌에 새겨져 있다. 언제든 성도들이 조상의 묘를 찾아 참배하고 바로 옆 교회에서 예배 드릴 수 있도록 만든 것.

언덕에 올라서면 이미 유명해진 계란 모양 '청란(靑卵) 교회'가 보이는데 그 앞엔 동심원 모양 미로(迷路)가 나타난다. 어른 한 사람이 걸을 수 있는 폭 30㎝ 미로는 꼬불꼬불 이어지면서 마지막엔 동심원 중앙의 'Where am I'라는 표지석까지 이르게 된다. 빨리 걸으면 5분 만에 끝낼 수도 있지만 '나는 어디 있나요?'를 묵상하면서 천천히 걸으면 30분도 넘게 걸린다.

최근 명명식을 갖고 문을 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교회' 내 십자가도 예사롭지 않다. "조각가 심재현 선생이 디자인한 이 십자가를 잘 보세요. 물고기 12마리 형상을 발견할 수 있죠? 예수의 12제자를 상징합니다." 하나하나 설명을 들으며 돌아보기엔 2시간도 부족할 정도로 곳곳에 스토리를 장착해 놓았다. 그래서 시설 이름을 W-스토리로 붙였다. W엔 'wisdom(지혜)' 'wish(소망)' 'worship(신앙)' 'way(길)' 등 '자신만의 W스토리'를 만들어보라는 뜻이다.

송 목사가 W-스토리를 구상한 것은 10년 전. 25년 전부터 국내에선 생소하던 '가정 사역'을 해온 그는 한국 교회에 부족한 점이 스토리라고 생각했다. 주일 예배 참석 외엔 신도의 삶과 신앙의 접점이 부족했다. 지금까지 부부 세미나 5000쌍, 결혼예비학교 3만 5000명, 목사 부인(사모) 세미나인 '러빙유' 5000명, 10만건 상담을 하면서 느낀 점이었다. 커플, 부부, 자녀를 동반한 가족이 함께 쉬면서 음악·미술을 즐기며 신앙과 성경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구상하게 됐고, 2012년 청란교회를 시작으로 하나하나 시설을 갖추게 된 것. 뒷산에 약 500m 코스로 예정한 '주기도문 길'을 마치면 큰 공사는 마치게 된다.

여기까지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송 목사는 부산 고신대를 나와 고신의대 교목 생활을 거쳐 1992년 가정 사역 전문 '하이패밀리'를 세웠다. 보통 교회가 헌금으로 시설을 마련한다면 송 목사는 저서 인세, 강연료와 동료 목회자·교회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송 목사는 "그렇지만 개별 교회 차원에선 하기 힘든 가정 사역의 중요성을 인정해준 교회, 목회자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주말을 보내러 양평에 오신 크리스천들이 자연 속에서 예배 드리고 즐거운 추억을 쌓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031)772-3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