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新사업 성적표… LED 빨간불, 바이오는 파란불

2010년 5월10일 경영 복귀 선언을 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고 '5대 신사업' 육성안을 내놨다. 서울 이태원동 승지원에서 열린 이 회의에서 삼성이 오는 2020년까지 23조3000억원을 투자해 태양전지·자동차용 전지·LED(발광다이오드)·바이오 제약·의료 기기 등 5개 사업에서 매출 50조원, 고용 4만5000명을 창출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이 회장은 당시 "환경 보전과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부도 관련 산업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은 기업의 사명이란 차원에서 추진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7년 뒤, 5대 신수종(新樹種) 중 태양전지, LED 등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오 제약만 가능성을 확인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삼성 안팎에서는 최근 삼성의 신수종 사업은 '바이오 제약·IoT(사물인터넷)·AI(인공지능)·전장(電裝)' 등 4대 사업으로 재편됐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 등을 보더라도 신사업은 오랜 기간 동안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 단기 성적표로 일희일비(一喜一悲)할 수는 없다"면서 "다만 가장 우려되는 것은 오너 부재(不在) 상황이 장기화하면 적시에 과감하게 투자를 감행하는 추진 동력 자체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①대표적 실패 태양전지

5대 사업 중 대표 실패 사례로 꼽힌다. 당초 삼성은 폴리실리콘(삼성정밀화학), 잉곳·웨이퍼(삼성코닝정밀소재), 태양전지·모듈(삼성SDI), 태양광 발전소(삼성물산) 등 태양광 사업을 위한 그룹 수직 계열화를 완성하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삼성SDI는 2012년 결정형 태양전지 생산을 중단했고, 2014년에는 아예 사업에서 철수했다. 폴리실리콘을 주재료로 하는 태양전지 사업이 공급 과잉 상태여서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②천덕꾸러기 LED

LED 사업도 천덕꾸러기 신세다. 만년 적자로 철수설까지 나돌았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3년 뒤에는 매출 17조원을 바라봐야 하는데, 지금은 사업이 상당히 쪼그라들었다. 2015년 삼성전자 LED 사업부는 LED 사업팀으로 전락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조명용 LED 사업이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선정돼 전혀 자리를 못 잡았고, 해외에서는 값싼 중국산 LED가 빠르게 확산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③적자 행진 자동차용 전지

'전기차 시대'의 핵심 부품인 자동차용 전지 사업도 후발 주자의 핸디캡을 극복하지 못한 채 적자 행진이다. BMW·아우디폴크스바겐·포르셰 등으로 고객 회사를 넓혀가고 있지만,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는 외국산에 대해 보조금 지원 중단 정책까지 나와 헤매고 있는 것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휴대폰용 전지까지 포함한 2차전지 분야에서 매출액 3조40000억원에 영업 적자 1조2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④성과 없는 의료 기기

의료 기기 사업은 GE·지멘스·필립스 등 글로벌 기업이 주도하는 '선진국 독점 산업'이다.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는 의료기기 벤처기업인 넥서스(심장질환 진단 솔루션)와 뉴로로지카(이동형 컴퓨터 단층 촬영 장비)를 잇따라 인수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삼성메디슨도 지난해 매출 2599억원, 영업 손실 252억원으로 2년 연속 적자다. 그러나 최근 시장 점유율은 조금씩 늘리고 있다. 전동수 삼성메디슨·의료기기사업부 대표는 "의료 기기 경쟁력의 척도인 글로벌 대형병원 시장에서 삼성메디슨은 49곳에 진출했는데 올해는 22곳에 추가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⑤그나마 선방 바이오 제약

5대 신수종 사업 중에서 성적표가 제일 좋은 분야다.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 전문 기업(CMO)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창립 6년 만에 올 1분기 흑자를 기록하며 고성장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50% 늘어난 4400억원으로 예상된다. 바이오 복제약 연구개발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도 한국·유럽·호주·캐나다에 이어 최근 세계 최대 제약시장인 미국에서도 복제약 판매 허가를 받는 등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바이오 제약 분야는 이재용 부회장이 스위스에서 로슈회장을 직접 만나 의약품 위탁생산을 논의할 정도로 큰 애정을 갖고 있는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