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구하다 '한조각 뼈'로 돌아온 선생님

지난 5일 세월호가 침몰해 있던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 인근 해역에서 발견된 유골이 단원고 고창석(사고 당시 40세) 교사의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미수습자 9명 중 수습된 유해의 신원이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은 고씨가 처음이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1128일 만이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5일 참사 해역 수중을 수색하던 중 길이 34㎝ 뼈 한 조각을 발견해 국립과학수사원과 대검찰청에 DNA 정밀 검사를 맡겼으며, 고씨의 유해임이 최종 확인됐다"며 "당초 신원 확인에 한 달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유골 상태가 양호해 결과가 빨리 나왔다"고 17일 밝혔다. 고씨의 아내 민모(38)씨는 "남편이 한 조각 뼈로 돌아온 것을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고씨는 사고 당시 비교적 빠져나오기 쉬웠던 5층 로비에 있었다. 하지만 그는 배가 가라앉으려 하자 학생들이 있던 4층 객실로 뛰어가 "빨리 나가라"고 목이 터져라 외쳤다. 자신의 구명조끼를 벗어주기도 했다. 한 생존 학생은 "선생님은 충분히 먼저 탈출할 수 있었는데, 끝까지 우리를 챙겼다"고 했다. 고씨는 대학생 때 인명 구조 아르바이트를 했을 정도로 수영에 능했지만, 학생들을 대피시키느라 마지막 순간까지 배를 떠나지 않았다.

고씨는 사고 한 달 전 단원고 체육 교사로 부임했다. 늘 고슴도치처럼 짧은 머리를 하고 다녀 학생들에게 '또치쌤'이라 불렸다. 가출한 제자를 찾으러 밤늦게까지 안산 시내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한 학생은 "선생님께선 그때처럼 아직 나오지 못한 제자들을 찾으러 배 안에 지금까지 남아 있었던 것 같다"고 추모했다. 옆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아내가 아침밥을 먹지 않고 출근하면 학교 담장 너머로 간식거리를 건네주던 남편이기도 했다. 그가 사고 당일 아침 아내에게 보낸 '(당신이) 애들을 돌보느라 고생한다. 미안하다'는 짧은 문자메시지가 유언이 됐다.

 

살신성인(殺身成仁) 정신은 고씨 몸에 배어 있었다. 그는 안산 원일중 3학년 담임교사로 재직하던 2005년 학교 3층의 학생 휴게실에서 갑작스럽게 불이 나자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 혼자 소화기로 불을 껐다. 참사 직후 분향소를 찾은 한 원일중 졸업생은 "그때 선생님이 휴게실에서 나와 스포츠 머리에 재를 하얗게 뒤집어쓰고 웃던 모습이 생각난다"며 "세월호 참사 소식을 듣고 '선생님이라면 제일 늦게 나오셨겠지' 생각했는데 결국 이렇게 떠나시다니…"라고 했다. 아내 민씨는 "남편으로서도, 아이들 아버지로서도 훌륭했던 사람이었다"며 "그가 '교사 고창석'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했다.

고씨 유해가 확인되면서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는 9명에서 8명으로 줄었다. 지난 13일에는 조은화양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가 수습됐다. 17일에도 세월호 3, 4층 객실에서 수거한 진흙에서 사람 것으로 추정되는 뼛조각이 추가로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