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평(三視世評)] '세자 유승호'의 매력, 빈틈 많은 드라마 구했네

김수현, 송중기, 유아인, 박보검…. 여기 또 한 명의 조선 왕세자가 등장했다. MBC 수목드라마 '군주'에서 세자 이선 역을 맡은 배우 유승호다.

왕·세자 역을 거쳐 청춘스타로 발돋움한 계보를 유승호가 이어갈 기세다. 픽션 사극인 이 드라마에서 그는 아름다운 얼굴을 지니고도 철가면을 쓴 채 살아온 기구한 운명을 연기한다. 그의 아버지는 사조직 '편수회'와 검은 거래를 했다. 독에 중독되고 편수회로부터 해독제를 얻어 살아가는 대가로 편수회 도움을 받아 왕위를 찬탈했다. 아들만큼은 편수회로부터 보호하려고 갓난아기 때부터 가면을 씌워 실제 얼굴을 숨긴 것이다.

왕세자 역할은 젊은 남자 배우에게 강렬한 매력을 드러내는 기회다. 소년 같은 천진난만함과 남자다운 카리스마, 부조리에 맞서는 새로운 정의와 활력을 보여줄 수 있다. 절대권력을 손에 쥔 것 같지만 정해진 운명 속에서 발버둥 쳐야 하는 모순도 있다. 왕·세자 관모인 익선관을 쓰면 이목구비가 더욱 돋보이기도 한다.

유승호는 이런 기회를 거머쥘 적임자 같다. 15년 전 영화 '집으로'에서 시골 할머니에게 생떼 부리던 초등학생이 어엿한 스물넷 청년이 됐음을 증명하고 있다. 자기 얼굴을 본 사람이 모두 죽게 되면서 절규하고, 세상 구경을 나가 설레고 즐거워하며 어설픈 치기로 정의를 부르짖는 모습을 통해 앞으로 성장해갈 과정에 기대를 하게 한다.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를 지키고 있는 것은 유승호의 원맨쇼 덕분이다. 지금까지 남긴 강렬한 인상을 종영까지 유지할 수 있다면 연기 인생에 이정표가 될 것 같다."(채민기 기자)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시점에 그 주제를 전면에 내세운 타이밍이 영리하다."(최수현 기자) 지난 18일 8회까지는 편수회가 사유화한 물을 구할 수 없어 고통받는 빈민들을 주로 다뤘다. 총명하지만 연약했던 세자는 백성의 고통을 함께 겪게 되면서 강해져 간다. 이 과정에서 가면은 효과적인 무기다.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설정만으로 곤란한 상황을 피하거나, 일부러 오해를 만들거나, 위기에서 구출되는 명분을 얻는다.

그러나 리더십을 다루는 방식은 관성처럼 손쉽게 '분노 상업주의'로 흘러간다. "정의와 복수가 같을 순 없어. 그래서 법이 있는 거야" "가서 우리가 개돼지가 아니라 사람이라고 말해줍시다" 혼란한 시국에 쏟아져 나온 법정 드라마를 물리도록 봐 온 시청자들이 사극을 보면서도 이런 대사를 귀가 따갑도록 들어야 한다.

여기저기서 본 적 있는 설정을 갖다 붙인 듯한 줄거리도 성의 없어 보인다. 봉이 김선달 설화, 영화 '철가면'은 물론이고 세자 대역을 천민 중에서 찾는 내용은 영화 '광해'와 소설 '왕자와 거지', 세자의 휴식처가 온실 화원이란 설정조차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을 닮았다. "편수회는 어떻게 절대권력·절대악이 됐는지, 군 통수권을 가진 왕이 왜 맥없이 휘둘리는지 설명이 없다. 물을 돈 주고 사야 한다는 설정도 황당하다."(김윤덕 기자)

가장 아쉬운 건 드라마 시작 30분 뒤 튀어나오는 이른바 '프리미엄 광고'. 60분짜리 한 편으로 편성되던 수목드라마를 두 편으로 쪼개 그 사이 광고를 넣었다. "갑자기 등장하는 광고가 몰입을 방해한다. 광고 나오는 동안 화면 구석에 남은 광고 시간이 초 단위로 표시되는데 채널 돌아갈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느껴져 씁쓸하다."(채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