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드라마도 '공상과학'이다

"세계는 이제 안정이 됐어요. 인간은 원하는 바를 얻고, 얻지 못할 것은 절대로 원하지 않습니다."

'인간생산공장'이 유리병 속에서 대량의 태아(胎兒)를 배양한다. 병뚜껑이 열리면 엄격한 훈육이 기다린다. 타율과 강제, 교육과 훈련 속에서 자라난 인간은 차라리 기계에 가깝다. 1932년 올더스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에서 미래사회를 이렇게 적었다. 85년 후 인간복제는 현실에 가까워졌다. 1996년 '복제양 돌리'가 탄생했고, 배아(胚芽)세포를 활용한 인간복제가 기술적 문턱에 다다랐다.

인간복제의 원리를 묘사한 헉슬리의 상상력은 진일보하는 과학기술과 함께 수많은 영화와 소설로 변주됐다.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으로 집약되는 제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지금은 SF 장르가 어느 때보다 호황을 맞고 있다. 드라마가 이 흐름을 놓칠 리 없다. 'SF 드라마' 두 편이 잇달아 출격한다.

22일 처음 방송 되는 tvN '서클: 이어진 두 세계'가 물꼬를 튼다. 2037년, 지구가 두 개로 나뉜다. 가난한 사람은 미세먼지로 황폐해진 '일반지구'에 남고, 부자는 '스마트지구'로 이주한다. 헉슬리의 소설을 닮은 이 '스마트지구'엔 질병과 범죄, 불행이 없다. 이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안정케어시스템'을 장착해 불행의 단초가 될 만한 악한 감정을 통제했기 때문. 미래를 다룬 이 드라마의 소제목은 '멋진 신세계'다. '서클'의 민진기 PD는 "이 드라마는 '감정이 완벽하게 통제되는 사회에서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됐다"며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행복의 본질'에 한 걸음 더 다가가려 한다"고 말했다.

다음 달 3일 시작하는 OCN '듀얼'은 선과 악으로 나뉜 두 명의 복제 인간이 주인공이다. 기획을 맡은 이승훈 PD는 "생명 복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던 1990년대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복제 인간이 만들어졌다는 설정에서 드라마가 출발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