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5.25 14:10

리뷰 | 연극 미친 키스

장정은 동생의 죽음 앞에서 오열한다.

무대에 불이 켜지기 전 어둠 속에서 아코디언의 연주가 들려온다. 가슴을 헤집어 오는 선율을 지닌 아코디언 연주는 무대에 막이 오르기 전부터 연극의 내용을 암시하는 듯하다. 아코디언 연주는 들을수록 쓸쓸해진다.

사랑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슬픈 영혼은 어디에서도 위안을 얻지 못하여 늘 두렵고 불안하다. 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신체의 감각을 통하여 소유욕을 만족하려 하지만 소유하지 못하는 외로움 때문에 점점 더 황폐해진다.

사진=프로스랩 제공

연극 미친키스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영혼을 지닌 사람의 이야기로 주인공들은 무대 위에서 맨발로 연기한다. 맨발의 연기를 통해 배우들은 접촉의 예민함을 키우고 무대 위의 촉감을 느끼면서 연기함으로써 더욱 사실적인 감정표현을 한다.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표현이 공연을 보는 내내 더욱 극에 몰입하게 한다.

나 아닌 너를 진정으로 바라볼 때 알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의 개념이 성숙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다. 삶의 시간이 흐르고 사랑하는 사람과 몇 번의 이별을 반복하면서 배웠던 사랑의 모습이다.

연극 미친 키스는 조광화의 연출데뷔 20주년 기념공연으로 조광화 전의 장정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연극 남자충동으로 연극계에 데뷔한 그가 열정을 쏟고 있는 작품 미친 키스는 그가 사용한 “미쳤다”는 단어로 그의 가슴에 담겨있는 뜨거운 열정을 이야기한다.

공연 내내 아코디언 소리가 객석에 바람 소리처럼 다가오고 있었다. 바람을 이용하는 악기인 아코디언 연주는 다가가고 싶어도 다가갈 수 없는 바람의 상징적 표현이었으며 공연 내내 악사의 아코디언 연주는 깊은 울림으로 다가와 연극보다 더 진한 감정의 흐름을 연주하는 악보가 되고 있었다.

조선일보 조선닷컴

시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