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자 축하해주려다… 우승컵 들어올린 김우현

선두에 2타 뒤진 상황에서 먼저 경기를 마친 김우현(26·바이네르)은 우승자를 축하해 주기 위해 18번 홀(파4) 그린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선두를 달리던 이태희가 18번 홀에서 티샷 실수를 한 뒤 3타 만에 그린에 공을 올리더니 3퍼트로 더블 보기를 했다. 갑자기 연장전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신바람이 난 김우현은 18번 홀에서 열린 연장 첫 번째 승부에서 호쾌한 티샷에 이어 6m 버디 퍼트를 성공하며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28일 전북 장수골프장 사과·나무코스(파72)에서 막을 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카이도 드림오픈(총상금 3억원, 우승 상금 6000만원) 4라운드 승부는 드라마 같았다.

2014년 2승을 거두고 입대해 인제에서 소총수로 근무한 김우현은 지난해 8월 군 복무를 마치고 필드에 복귀했다.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해서인지 예전 같은 날카로운 샷을 보기 힘들었다. 올 시즌에도 두 차례 컷 탈락했고, 최고 성적은 공동 59위로 컷을 통과한 선수 중 최하위권이었다.

이번 대회에는 여든네 살인 할머니가 손자를 응원하기 위해 대회 현장을 찾았다. 김우현은 이태희에 5타 뒤진 채 마지막 라운드를 출발했지만 버디 6개, 보기 3개로 3타를 줄이며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18번 홀에서 티샷 실수로 보기를 한 게 아까웠다. 김우현은 "정규 라운드를 마치고 남아 있던 공을 갤러리에게 나눠주다 혹시 모르니까 하나만 남겨 놓았는데 연장까지 갔다"며 "연장에 앞서 공을 3개 더 가져오기는 했다"고 말했다.

김우현은 이태희와 나란히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해 연장에 들어가 결국 우승컵을 들었다. 이태희는 3라운드까지 4타차 단독 선두를 달렸지만 마지막 순간 티샷과 퍼트가 흔들리며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김우현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미국에서 열린 월드주니어챔피언십 유소년부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고등학교 1학년 때 국가대표가 되는 등 재목으로 인정받던 선수다. 동갑인 노승열과 지금도 절친한 사이다. 하지만 2010년 11월 프로가 된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다가 2014년 2승을 올리며 주목받았다. 아이언샷의 정확성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는 평이다.

3년 만에 다시 우승을 차지한 김우현은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대회 전에 아버지가 컷 탈락해도 좋다는 뜻으로 '이틀만 치고 빨리 오라'며 마음을 가볍게 해주셨다"고 말했다. 김우현의 아버지는 중졸 학력으로 국내 제화업계의 우량 중소기업을 일궈낸 김원길 바이네르 대표다. 그는 골퍼들 사이에서 아들 사랑으로 유명하다. 3년 전 김우현이 2개 대회에서 연속 우승하자 KPGA 투어 대회인 '바이네르 오픈'을 만들어 2년간 운영했다. 지금도 바이네르 골프단을 운영하고, 아마추어 대회를 열고 있다.

지난주 SK텔레콤오픈 우승으로 상금 랭킹 1위를 달리는 최진호가 이날 4타를 줄이며 윤정호, 이상엽과 함께 공동 3위(9언더파)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