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2배 성장한 BMW, 안성에 축구장 30배 물류센터

30일 오전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조일리에 있는 BMW의 부품 물류센터(RDC·Regional Distribution Center). 전국 각지로 보내질 자동차 부품을 포장하는 7개의 테이블 뒤로 볼트, 스크루, 핀 등 자동차 부품들이 빼곡하게 보관된 3개 층 규모 대형 선반이 서 있었다. 복잡한 부품번호가 적혀 있는 물류센터 안쪽 대형 선반에는 자동차 범퍼와 전면 유리창 등 갖가지 부품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곳은 BMW코리아가 1300억원을 투자, 축구장 30배 크기인 21만1500㎡ 부지에 6개 동 규모(연면적 5만7103㎡)로 지은 대형 부품 물류센터다. 독일에 본사가 있는 BMW 해외 법인 중 최대 규모로, 이날 개관했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안성 부품 물류센터는 한국에 대한 BMW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투자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물류센터 확장 건립을 통해 부품 공급이 보다 원활해져 수리 시간을 단축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8만6000여종 BMW 부품 보관

안성 부품 물류센터는 기존 BMW의 이천 물류센터보다 규모가 3배 크다. 각종 부품을 보관하는 메인 창고, 오일류 등 발화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보관하는 위험물 창고, 경비동, 웰컴하우스 등 6개 건물로 구성됐다. 자동차 부품 8만6000여종이 보관되는데 기존 물류센터 물량(3만5000종)의 2배 규모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기존 물류센터보다 공간이 넓어 효율적인 부품 관리와 빠른 배송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물류센터에는 최신 기술과 안전장치가 도입됐다. 시설 내 모든 조명엔 에너지를 절약하는 모션센서를 적용했고, 화재를 대비해 스프링클러 1만3000개를 설치했다. 데이터 보호를 위해 이중 IT 시스템을 구축했고, 물류센터 바닥은 먼지 발생이 없는 소재를 사용하고 오염방지제를 발랐다. 이러한 최신 기술을 적용하는 데만 600억원이 투자됐다.

여기서 보관되는 부품은 수도권의 경우 하루 3차례, 지방은 하루 1차례(야간)에 각 딜러사로 운반된다. BMW코리아는 물류센터 개관으로 연간 약 600명의 직·간접적 고용 창출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BMW는 독일을 출발해 '유라시아 철도'를 통한 부품 운송을 준비 중이다. 2019년부터 유라시아 철도 운송이 본격화되면 기존 항공·해상 운송 체제에 철도 운송 루트가 추가돼 더 빨리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효준 사장은 "아직은 철도를 이용한 운송을 시험 중이지만, 앞으로 통일이 돼 북한을 통해 자동차 부품이 들어오는 날을 꿈꾼다"고 했다.

BMW는 수년 내 현재 물류센터 바로 옆 3만1000㎡를 활용해 물류센터를 확장할 계획도 세웠다.

◇수입차 업체 한국 인프라 투자 확대

BMW가 물류센터를 지은 이유는 한국 시장 성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11년 국내 판매량이 10만5037대에 불과했던 수입차 시장은 작년 22만5279대가 팔리며 급성장했다. 특히 BMW는 지난 5년간 2배 이상 성장했다. 이날 개막식에서 BMW그룹 부품물류 담당 볼프강 바우먼 부사장이 "BMW그룹의 성장 중 특히 한국 시장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 마켓에 대한 명확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체 판매량으로 볼 때 한국은 전 세계에서 6~7위 시장이지만, 7000만원 이상 고가의 차량 판매량으로 보면 전 세계 3위 수준"이라며 "수입차 업체들이 한국은 절대 놓치면 안 되는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다른 수입차 업체들도 국내 소비자를 잡기 위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2016년말 기준 42곳의 전시장, 48곳의 서비스센터를 올해 말까지 각각 50곳, 55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나 포르쉐코리아, 닛산도 서비스센터를 중심으로 국내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윤대성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부회장은 "2010년 이후 수입차가 매년 10만~20만 대씩 팔리면서 국내 전체 자동차 중 수입차 비중이 높아지자 업체들의 국내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며 "이러한 투자는 앞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