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찾아보며 사이코패스 연구했죠"

"범죄심리학자 캐릭터 연구하려고 '그것이 알고 싶다'를 전부 돌려봤어요. 냉철한 분석이 돋보이도록 대사톤을 한 음(音)으로 처리했죠."

배우 이유영(28)의 말투는 여전히 차분했다. 지난 21일 OCN 역대 최고 시청률(6.3%·닐슨코리아)로 종영한 '터널'에서 그는 범죄심리학자 신재이 역을 맡았다. 백미는 프로파일링으로 연쇄살인범 정호영(허성태)의 범죄 패턴을 분석하던 신재이가 스스로 미끼가 돼 범인과 만나는 장면. 목이 졸려 숨이 넘어가려던 찰나, 형사 박광호(최진혁)가 나타나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어린 시절 부모님 여의고 시종일관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신재이가 처음 '아프다' '무섭다'고 말해요. 동정심 없고 무감(無感)한 사이코패스를 상대하다가 되레 잃어버렸던 제 감정을 되찾는다는 아이러니가 흥미로웠죠." 29일 서울 논현동에서 만난 이유영은 "더 단단해 보이려고 긴 머리도 단발로 싹둑 잘랐다"고 했다.

스무 살 이유영은 꿈이 없었다. 대입(大入) 포기하고 동네 미용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명문대 들어간 '다른 집 자식' 부러워하는 엄마가 안쓰러워 다시 입시를 준비하기로 했다. 공부는 늦었고, 연기학원 다니면서 201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에 입학했다.

인생을 바꾼 건 영화였다. "영화과 수업을 듣다가 스크린에 담긴 제 모습을 봤어요. 관객에게 늘 보여주기만 하다가 '연기하는 내 모습'을 처음 마주했죠." 그는 데뷔작인 2014년 영화 '봄'에서 실의에 빠진 조각가 준구(박용우)를 위해 돈을 받고 누드 모델로 나서는 가난한 시골여자 민경 역으로 그해 밀라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간신' '당신자신과당신의것' 등 주로 영화에 출연하다가 '터널'로 첫 드라마에 도전했다.

극 중 신재이는 살인 사건이 터질 때마다 살인범의 살해 동기를 정확히 추적해 극적 긴장감을 조성했다. 30년 전 발생한 연쇄 살인 사건의 진범이 모두가 쫓던 정호영이 아니라 형사들의 조력자로 행동하던 부검의(醫) 목진우(김민상)란 사실을 밝혀낸 것도 그였다.

"범죄심리학자 연기하면서 프로파일링 서적 읽으며 사이코패스의 특성을 공부했어요. 애초 뇌 구조가 달라서 '공감 능력'이 전무하다는 걸 알았죠. 그래서 자신의 살인을 정당화하는 목진우에게 자백 받아내는 장면을 찍을 때 "넌 다른 살인범이랑 똑같다"는 부분을 더 힘주어 말했어요." 이유영은 "차기작에선 밝은 기운을 듬뿍 드리고 싶다"면서 무표정했던 얼굴에 미소를 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