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꾸니까 잘맞는 남자

이름을 바꾸고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첫 우승을 거뒀던 김준성(26)이 이번엔 캐디와 퍼터를 바꾸고 홀인원과 코스 레코드를 작성했다.

국내 최고 권위 골프 대회인 코오롱 제60회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주최 대한골프협회·㈜코오롱, 특별 후원 조선일보사·천안시) 1라운드가 열린 1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 컨트리클럽(파71·7328야드). 김준성은 이날 파3홀 홀인원과 버디 6개, 보기 1개를 묶어 8언더파 63타를 치며 코스 레코드 타이기록을 달성했다. 2위 김기환(6언더파)에 2타 차로 앞서며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이전까지 우정힐스에서 63타를 친 건 강지만·강경남(2006년 대회 2라운드), 리키 파울러(2011년 대회 3라운드), 이창우(2016년 대회 2라운드) 네 명이었다.

프로 6년 차인 김준성은 긴 슬럼프 끝에 지난해 8월 메이저 대회인 KPGA 선수권에서 데뷔 첫 승을 하며 깜짝 스타로 등장했다. 원래 이름은 김휘수였지만 '뭔가 부족하다. 이름까지 바꿔보자'며 개명한 지 1년 만에 원하던 결과를 얻은 것이다. 하지만 다시 찾아온 퍼팅 난조로 이후 참가한 11대회에선 단 한 차례도 톱10에 들지 못했다. 올 시즌 한국오픈 전까지 출전한 5대회에서 컷 탈락만 4번 경험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 나서면서 첫 우승 때 쓰고 묵혀뒀던 퍼터를 다시 가져왔고 캐디도 바꿨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고 생각해 과감하게 변화를 시도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2·4·5번홀에서 버디를 몰아친 그는 7번홀(파3·221야드)에선 프로 데뷔 후 첫 홀인원에 성공했다. 5번 아이언으로 티샷한 공이 그린에서 세 번 튕기더니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갔다. 김준성은 "홀인원하고 나니 후반 9홀에서도 좋은 흐름을 탈 수 있었다"며 "원래 쓰던 퍼터로 하니 느낌도 더 좋았다"고 했다.

김준성은 지난해 첫 승 전까지만 해도 대회 때마다 캐디에게 줄 돈이 없어 전전긍긍했다. 이젠 국내 메이저 2승과 더불어 해외 진출을 꿈꿀 수 있게 됐다. 60회를 맞은 이번 대회부터 우승자와 준우승자에게는 세계 최고(最古) 전통의 골프대회인 브리티시오픈 본선 출전권이 부여된다. 그는 "우승 상금(3억원)도 크지만, 브리티시오픈 티켓이 정말 탐난다"고 했다. 홀인원 부상으로 3000만원 상당 웨딩 상품권을 받은 그는 "결혼은커녕 아직 만나는 사람도 없는데 어떡할지 모르겠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주최 측이 흥행을 위해 같은 조로 편성해 1라운드를 펼친 최진호와 이상희는 10위 안에 들지 못했다. 상금 1위인 최진호는 공동 11위(3언더파)로 선두권 진출 가능성을 남겼지만, 2위인 이상희는 공동 104위(4오버파)에 그쳐 컷 탈락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됐다.

강경남이 공동 18위(2언더파), 박상현은 공동 43위(이븐파)였고, 재미교포 케빈 나(나상욱)는 공동 82위(2오버파)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