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클라르 장군 잊지 않은 한국에 감사"

"한국전 같은 비극이 또 생긴다면 몽클라르 장군처럼 기꺼이 계급을 낮춰서라도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우러 갈 것입니다. 왜 안가겠습니까(Why not)?"

지난 31일(현지 시각)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생시르(Saint-Cyr) 육군사관학교 내 박물관. 육사 교장인 프레데릭 블라숑(Blachon·54) 중장은 "몽클라르 장군은 내 군생활의 나침반이 되어준 대부(代父) 같은 존재"라며 "한국인들이 그를 잊지 않고 기리니 감사하다"고 했다.

지난해 사단법인 '지평리를 사랑하는 모임(지평사모)'이 6·25전쟁 당시 경기도 양평군 지평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랄프 몽클라르(Ralph Monclar·1892 ~1964) 프랑스 장군 추모 사진집 1000권을 생시르에 기증한 이후 생시르 측이 이날 감사의 표시로 김성수(74) 지평사모 대표와 서민석(74) 동일방직 회장 등을 초청했다.

몽클라르 장군은 프랑스 대대 병력을 이끌고 6·25전쟁에 참전해 1951년 2월 벌어진 지평리 전투에서 미군과 함께 파죽지세로 남하하던 중공군을 성공적으로 격퇴하는 공을 세웠다. 6·25전쟁이 발발했을 때 프랑스 정부는 군사 고문단 12명만 한국에 보내려 했지만 몽클라르 장군은 한 달간 프랑스 전역을 돌며 대대급 병력 600명을 모집했다. 그는 프랑스 외인부대 출신으로 이미 1·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중장 계급의 백전노장이었다. 하지만 대대급은 중령이 지휘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계급까지 낮춰 6·25전쟁에 참전했다. 당시 임신 중이었던 아내가 반대했지만 몽클라르 장군은 "자유를 위해 피 흘리는 것은 군인의 본분"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이날 블라숑 교장과 교수 등 10여 명 앞에서 몽클라르 장군을 이순신 장군에 빗대어 이야기했다. "중공군이 피리와 꽹과리로 심리전을 펼치자 몽클라르 장군은 수동식 사이렌을 켜는 기지를 발휘해 맞대응했습니다. 총검을 들고 맞서 싸우는 백병전까지 벌인 끝에 미·불 장병 5600명이 중공군 3만명을 몰아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배 12척으로 왜선 133척을 물리쳤던 것처럼 말이죠."

프랑스 육사 교수인 루오 대령은 "유럽에서 벌어진 1·2차 대전에 참전한 장군은 수없이 많지만 멀리 한국까지 자청해 날아간 이는 몽클라르 장군뿐"이라며 "젊은 사람들도 프랑스군이 지키려던 '자유'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겼으면 한다"고 했다. 한국 육군사관학교에서 생시르로 파견 온 안동완(22) 생도는 "군사학 수업에서 몽클라르 장군에 대해 배웠다"며 "프랑스 생도들도 전투에 참여하기 위해 자신의 계급을 낮추고 곧 아이가 태어날 상황인데도 한국으로 떠난 장군의 용기에 감동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생시르 측은 지평사모에 몽클라르 장군이 썼던 군모(복제품) 3개를 선물했다. 김성수 대표는 "장군모를 한국의 전쟁기념관과 지평리전투기념관 등에 기증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 2009년 결성된 지평사모는 이듬해 몽클라르 장군의 딸 파비엔느씨를 한국에 초청했으며 몽클라르 장군 전기(傳記) 출판, 사진전 개최 등 추모 사업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