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6.02 00:32

[키부츠 현대무용단 '하늘의 말들']

전석 매진… 한국인 무용수들도 함께 올라

활시위를 당긴듯 맨발의 무용수들 근육이 팽팽해진다.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더니 어느새 작은 꽃잎처럼 나부낀다. 무대를 꽉 채운 이스라엘 키부츠 무용단 단원 17명은 때로는 한 몸처럼 절도 있게, 때로는 각자 신들린 듯 자유롭게 움직이며 관객을 휘어잡았다.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객석을 꽉 메운 팬들은 60분 넘는 공연이 끝나자 거대한 환호로 화답했다.

제36회 국제현대무용제(Modafe) 폐막작으로 지난 30일과 31일 선보인 키부츠 현대무용단의 '하늘의 말들'은 '전석 매진'이 말해주듯 무용단의 높은 인기를 실감케 한 무대였다. 공연 직전 취소 표라도 구해보겠다며 발을 동동 구르는 이도 보였다. 이번 공연엔 김수정, 정정운, 석진환 등 키부츠 무용단에 속한 한국인 무용수들도 무대에서 관객을 맞았다. '하늘의 말들'은 캐나다 인디밴드의 동명(同名) 노래가 모티브로 '폭력은 더 큰 폭력을 몰고, 거짓은 더 많은 거짓을 낳는다'는 가사를 극 전반에 깔고 있다. 종말론적 세상에 맞서 평화와 화합을 추구한다는 내용이다. 무용수들은 중간에 입을 가리고 항거하는 듯한 동작을 하거나, 상처를 치유하는 듯한 몸짓으로 서로를 감싼다.

모다페에서 선보인 키부츠 무용단 공연은 이번이 네 번째. 매번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뛰어난 체격 조건으로 어려운 동작도 유려하게 해내는 게 특징이다. 김예림 무용평론가는 "무용의 미학적 가치를 충실히 따르는 작품"이라며 "최근 서양 무용계에 불고 있는 '본질로 돌아가자'는 움직임을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무용계는 한때 '개념 무용' '비무용'(non-dance)같이 춤이라 말하기 어려운 동작들로 격식을 파괴한다거나 장르 융복합을 시도하는 경향이 있었다. 최근 들어선 '순수 무용'을 파고드는 흐름이 강세라는 설명이다.

이스라엘의 지정학 위치가 작품의 창작력을 풍부하게 했다는 설명도 있다. 심정민 무용평론가는 "위로는 유럽, 아래는 아프리카, 옆으로는 중동의 영향을 받아 서구적 세련미를 바탕으로 하되 원초적이면서도 동양적인 감성까지 실어 독창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키부츠 무용단 라미 비에르 예술감독은 "이스라엘은 이민자의 나라여서 여러 문화권의 목소리가 다양성을 심어준다"며 "2차대전 당시 나치에 항거했던 무용단 창립자 예후디 아논의 정신을 이어받아 인간의 강인하고 숭고한 숨결을 무용으로 재탄생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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