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신경 안 써요, 모두가 절 좋아할 순 없으니까"

"호불호(好不好) 갈리는 캐릭터란 거 알아요. 불편하면 채널 돌리셔도 괜찮아요. 세상 모두가 나를 사랑할 순 없으니까."

천방지축 아이돌 가수가 TV 예능을 접수했다. 지난 31일 오후 서울 용강동 '인생술집 시즌2'(tvN) 촬영장에서 만난 슈퍼주니어 김희철(34)은 쉴 새 없이 말했다. 그는 거침없는 화법과 솔직·당당한 매력으로 출연하는 프로그램마다 흥행을 이끌고 있다. '오늘만 사는 남자'라 불리며 짓궂은 장난을 곧잘 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천진함이 포인트. 시청률 1%대에 머물던 한 종편 프로그램이 그의 애드리브로 화제를 모으면서 살아나 '죽은 예능도 심폐소생 시킨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배우 이문식·홍석천이 게스트로 참여한 이날 방송에서도 전매특허인 '예측불허 애드리브'를 마구 쏟아냈다. 그는 "아슬아슬한 애드리브를 날려도 절대 선(線)을 넘진 않는다"고 했다. "시청률은 신경 쓰지 않아요.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뛰놀 뿐이죠."

강원도 횡성에서 태어났다. 스무 살 겨울, 친구들과 서울로 놀러 갔다가 재미 삼아 본 SM엔터테인먼트 오디션에 덜컥 합격했다. 그의 어머니는 "대책 없는 널 받아준 고마운 회사이니 30년을 계약하라"고 했다. 어릴 적부터 공부와는 담을 쌓았다. 텔레비전과 게임기를 끼고 살았다. "실업계 공고(工高) 들어가서도 학교 끝나면 오락실·피시방에서 살다시피 했고, 집 들어오면 텔레비전부터 켰어요. 부족한 잠은 학교에서 잤고요." 어머니는 서울 놀러 가 오디션을 본다고 하니 "네가 실패해 봐야 세상이 넓고 무서운 줄 알지"라고 하셨다. 오디션 바로 다음 날 전화로 합격 통보를 받았다.

공부 대신 택했던 텔레비전 시청은 15년 후 방송 활동하는 데 큰 자산이 됐다. 그는 1990년대 가요라면 전주(前奏)만 듣고도 제목과 노래 가사, 안무를 정확히 기억해낸다. TV만 끼고 사는 아들로 한숨만 푹푹 내쉬던 어머니도 달라졌다. "옛 가요 척척 맞히는 모습에 '어머~ 우리 아들 참 똑똑하다' 하시더라고요." 이수만 SM 총괄프로듀서도 "미리 공부하고 가느냐"고 묻는단다.

예능은 2005년 나영석 PD가 연출한 '여걸식스'(KBS)로 데뷔했다. 초지일관 '천방지축'이라 오해도 받았다. 직언을 하면 '버르장머리 없다'는 핀잔을 들었다. "10년 전만 해도 '깍듯함'을 미덕으로 생각했어요. '야심만만'(SBS) 출연할 때 야유 날리는 방청객에게 '내가 얼굴 다 기억해놨다'고 농담하면 (강)호동 형이 깜짝 놀라곤 했죠." 그는 "10년 만에 직언 직설을 개그로 받아들이는 시대가 왔다"면서 "당시는 사람들이 날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였던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댓글엔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후배들에게 말해요. 인터넷 글에 휘둘리지 말라고. 지금 세상은 너무나도 많은 것에 구태의연한 의미를 부여해서 불편한 시선을 조장하는 것 같아요. 세상 사람 모두에게 맞출 순 없잖아요. '싫다'는 사람 멀리하고 '좋다'는 사람과 더 가까이하는 것. 그게 제 방송 철학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