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48%, 물오징어 85%… 올라도 너무 오른다

1일 오후 서울 이마트 용산점 지하 식품 매장. 수산 코너에서 국내산 생오징어 2마리 한 팩을 6560원에 팔고 있었지만 구입하는 손님을 찾기 어려웠다. 매장 직원 김란희(44)씨는 "5마리에 1만1800원인 냉동 오징어를 사는 분이 가끔 있다"고 말했다. 주부 전모(56)씨는 마리당 1만9800원인 제주 은갈치를 몇 차례 들었다 놨다 하더니, 1만4800원짜리 세네갈산 갈치를 카트에 담았다.

연초부터 시작된 농·수·축산물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서민들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5월에 비해 2.0% 상승했다. 작년 하반기 0.5~1.5%를 오르내리던 소비자물가 증감률은 지난 1월 2.0%로 뛰었고, 3월에는 2.2%까지 치솟으며 4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5월 농·축·수산물 가격은 6.2% 올랐다.

◇오징어·갈치 가격 폭등

오징어는 '금(金)징어'라 불린다. 작년 이맘때 1㎏에 4700원 정도이던 물오징어 도매 가격은 최근 9000원에 육박한다.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연근해 어획량이 줄었고, 중국 어선이 동해안에서 싹쓸이 조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14년 33만t이던 오징어 반입량은 지난해 14만 여t으로 반토막 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수산업체들이 재고 물량을 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갈치 값은 작년보다 30% 가까이 올랐다. 한·일 어업협정 결렬 사태가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일본 해역 어획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갈치 할당량을 2배 늘려달라는 우리 측과 한국 어선 척수를 70% 줄이겠다는 일본 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 앞으로도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AI 여파에 봄 가뭄, 한일 어업협상 결렬 등… 가격 인상 요인 몰려

특히 축산물 물가는 5월 한 달에 11.6%나 올랐다. 2014년 6월(12.6%)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반년 넘게 지속된 AI(조류 인플루엔자) 사태로 계란과 닭고기 가격이 크게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격 정보에 따르면, 지난 31일 현재 계란 한 판(30개) 가격은 7961원. 작년 같은 기간(5397원)보다 47.5% 급등했다. 알을 낳는 산란계가 대량 살처분되면서 지난달 하루 계란 생산량은 평년의 85% 수준(3400만개)에 그쳤다. 물량 확보가 어려운 전통 시장이나 소규모 가게에선 계란 한 판을 1만원에 팔고 있다.

돼지고기 삼겹살 가격은 5월에만 9% 뛰었다. 황금 연휴 등으로 나들이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보통 여름 휴가철인 6~8월에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덩달아 뛰는데, 올해는 시기가 훨씬 앞당겨졌다"고 말했다. 양파와 풋고추, 수박 가격은 작년에 비해 20~30% 뛰었다. 최근 때 이른 더위에 강수량마저 부족해 밭작물 생육이 부진한 것이 가격 급등 원인으로 꼽힌다.

라면과 치킨, 음료 업체들은 잇따라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지난달 초 롯데칠성음료가 사이다 등의 편의점 판매가를 평균 7.5% 인상했고, 삼양식품은 라면 제품 소비자가격을 평균 5.4% 올렸다. '국민 간식'인 치킨 가격도 속속 오르고 있다. 지난달 BBQ치킨이 10% 가격 인상안을 발표하자, 교촌치킨은 이달 말 6~7% 정도 치킨 값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KFC는 1일부터 30여 개 제품 가격을 평균 6.8% 인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