洑 열리자… 환경단체는 환호, 농민은 한숨

1일 오후 2시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 낙동강의 강정고령보. 2개의 반원형 수문 중 한 곳이 서서히 열렸다. '콰아~' 하는 우렁찬 소리와 함께 강물이 쏟아졌다. 잠시 후 옆에 있는 수문도 물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보 아래쪽에서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회원 7명과 농민 10여 명, 취재진 등 100여 명이 이 장면을 지켜봤다. 보의 수문이 열리자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은 '흘러라 4대강' '보 수문 개방 확대' '4대강 사업 적폐 청산'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며 환영 퍼포먼스를 펼쳤다. 옆에서 지켜보던 농민들은 "요즘 같은 가뭄에 보를 개방해서 물을 뺀다니 말이 되느냐"며 고개를 저었다. 경북 칠곡군 왜관에서 왔다는 농민 장영백(70)씨는 "4대강 사업으로 이제는 가뭄 걱정 없이 농사를 짓는가 싶었는데 이 무슨 어처구니없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부 농민이 정부의 보 개방 정책을 비판하자 환경운동연합 회원이 "비켜 달라"고 소리쳤다. 농민들은 "왜 남 농사짓는 데 외지인들이 와서 물을 빼라 말라 간섭이냐"고 반발했다. 양측이 잠시 고성(高聲)을 주고받는 일도 벌어졌다.

똑같은 일이 전남 영산강 죽산보에서도 벌어졌다. 죽산보에서 상류 방향으로 6.7㎞ 떨어진 나주 안창동 전추양수장 옆 구진교 아래 고인 물에 설치된 양수 시설을 바라보던 농민 이봉기(75)씨가 발을 동동 굴렀다. 그는 "워메 슬슬 모터가 드러나고 있구만. 이러다 논에 물을 못 대면 큰일인디…"라고 했다. 이씨는 "수중 모터는 상부의 전동기가 물 밖으로 나오면 과열돼 터진다"며 "모터가 고장이 나면 양수장이 무용지물이 된다"고 말했다. 전추양수장을 통해 영산강 물을 공급받는 전추마을 논 면적은 17.5㏊에 달한다. 전추마을 논 3분의 1 정도는 아직 물을 못 대고 있었다. 이씨는 "한창 강물을 끌어다 논에 물을 채우는 시기인데, 죽산보 개방으로 수위가 낮아져 양수 시설이 고장이라도 나면 큰일"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낙동강 강정고령보·달성보·합천창녕보·창녕함안보, 금강 공주보, 영산강 죽산보 등 6개 보가 일제히 개방됐다. 정부는 지난 29일 "4대강 16개 보 중 6개 보를 상시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낙동강 강정고령보 1.25m, 달성보 0.5m, 합천창녕보 1m, 창녕함안보 0.2m, 금강 공주보 0.2m, 영산강 죽산보 1m씩 낮추는 것으로 최종 확정됐다. 보별로 오는 4일까지 목표 수위에 맞춰 서서히 물을 뺄 예정이다.

그러나 환경단체 등은 보 수위를 약간 조절하는 지금과 같은 방류로는 녹조가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녹조를 억제하려면 최대한 물을 빼서 유속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함안보의 경우 유속이 지금보다 30분의 1 정도만 빨라질 것이기 때문에 녹조 제거 효과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반면 농민들은 "지금 같은 가뭄에 농사를 어떻게 지으라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가뭄 대책을 세우지 않고 수문 열기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가뭄이 악화되면 4대강 보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급수로를 통해 농업용수를 공급해야 하는데 관련 기관에서는 아직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농민들의 반발과 문재인 대통령의 '보 수문 개방' 지시 사이에 낀 정부가 녹조 제거 효과도 크지 않은 수준에서 보의 수문을 여는 어정쩡한 조치를 취했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환경부, 농림부, 국토부는 이날 합동 브리핑을 열고 "개방되는 6개 보는 가뭄 지역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