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 Image] "박완서 '나목'은 이 영화에서 비롯됐다"

"수도극장에서 '귀향'이란 영화를 보고 다시 거리로 나왔다. 영화를 썩 탐탁하게 본 것도 아닌데 길에 나서니 꼭 쫓겨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박완서 '나목' 중에서)

6·25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졌던 1953년 1월, 전쟁통 서울에서는 2차대전이라는 '남의 전쟁'을 주제로 한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든 인간은 즐거움을 원한다는 방증일까. 지금은 사라진 서울 충무로 수도극장은 영화 '귀향(Homecoming·1948)'을 걸었다. 예고 포스터〈사진〉에는 군복을 입은 남녀가 마주 보고 있다. 주연배우는 '크락 케-불'.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레트 버틀러 역을 맡은 클라크 게이블의 일본식 표기다. 박완서(1931~2011)는 당시 기억을 데뷔작 '나목'(1970) 주인공 이경에게 녹여냈다.

'나목'에서 이경이 출근하던 서울 미군 PX 건물은 '날개'(이상) 주인공이 옥상에서 "날개야 돋아라"라고 외쳤던 미쓰코시 백화점, 지금 서울 남대문 앞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본관이다. 일제시대와 해방 직후 서울을 무대로 한 한국 현대문학의 사회적 맥락을 추적한 '서울 문학 기행'(방민호 지음·아르테 刊) 351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