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1·2위 삼성전자·하이닉스 '파운드리'도 노린다

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과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컴퓨터에 내장되는 반도체의 종류와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반도체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파운드리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운드리는 고객사에서 반도체 설계도를 받아 제품을 만드는 사업으로, 소품종 대량생산 위주인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각종 전자기기의 두뇌 격인 시스템 반도체를 다품종 소량생산한다.

대표적인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인 미국 퀄컴이나 영국 ARM, 고성능 그래픽카드(GPU) 업체 엔비디아 등이 주요 고객사다.

◇파운드리로 눈 돌리는 메모리 반도체 강자(强者)들

삼성전자는 지난달 반도체를 생산하는 DS(Device Solutions) 부문에 파운드리 사업부를 신설하고 반도체연구소장을 맡고 있던 정은승 부사장을 사업부장에 임명했다. 비(非)메모리 반도체 담당 시스템LSI 사업부 내 조직을 별도 사업부로 승격시킨 것이다. 삼성전자는 또 올해 4분기까지 경기도 화성캠퍼스 S3라인에 10나노(1나노미터는 10억분의1미터)급 생산설비를 증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근 S1라인에선 퀄컴의 스마트폰용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고 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센터장은 "삼성전자가 최근 10나노 공정부터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를 앞지를 정도로 파운드리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이달 중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시켜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설립하기로 했다. 신임 대표에는 김준호 경영지원총괄 사장이 내정됐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IoT와 지문인식, 이미지 센서 등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며 "파운드리 사업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2001년 국내 최초로 파운드리를 시작한 동부하이텍도 미세 전자기계 센서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구동칩 등 신제품 개발을 위해 3년간 관련 분야 전문가 100여 명을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성장하는 파운드리 시장에 대비

메모리 반도체 1위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매출은 지난해 45억1800만달러(5조원)로 점유율 7.9%였다. 이 분야 1위인 대만 TSMC에 비하면 6분의 1 규모다. 메모리 2위인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매출은 1억400만달러(1167억원)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이 파운드리 분야에 눈을 돌리는 것은 엄청난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IoT와 스마트카,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등 신산업의 성장으로, PC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종류의 반도체가 필요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생산해주는 파운드리 반도체 시장도 급팽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지난해 569억달러(64조원)였던 파운드리 시장 규모가 5년 뒤 766억달러(86조원)로 34%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 한 곳 짓는 데 무려 15조원이 들기 때문에 파운드리 전문업체들의 가치가 더 올라갈 것"이라며 "국내 업체들이 다품종 소량생산에 걸맞은 파운드리 생산 시스템 노하우를 쌓아가면 선두 주자인 대만 업체들과 본격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제조업체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처럼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의 주문을 위탁받아 생산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이다. 대만 TSMC와 UMC 등이 선두권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