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졸혼… 달라진 가족, 예능도 바꿨다

시청률 21.5%(닐슨코리아)를 돌파한 SBS '미운우리새끼'는 만혼(晩婚)에 다다른 노총각들의 일상을 들여다본다. 오십줄을 바라보는 가수 김건모(49)와 개그맨 박수홍(46), 왕년의 댄스 스타 이상민(44)과 토니안(39)은 자기 방식대로 인생을 즐긴다. 클럽이 좋아 스페인 이비자로 훌쩍 떠나거나, 사업 실패로 진 수십억원대 빚을 힘겹게 갚아가면서도 6500원짜리 '연어 대가리 구이'로 소박한 사치를 부리는 식이다.

이 예능이 비추는 '1인 가구 노총각'은 한국 사회의 현 실태를 대변한다. '2015년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남성의 '생애미혼율'(50세까지 결혼한 적 없는 사람의 비율)이 사상 첫 10%를 돌파했다. '2016 주거 실태 조사'(국토연구원)에선 전체 가구 수 중 1위가 '1인 가구'(27.2%)였다.

◇졸혼·돌싱족·1인 가구, 예능 속으로

예능에 '신(新) 가족' 바람이 불고 있다. '아빠! 어디가'(MBC) '슈퍼맨이 돌아왔다'(KBS) 등 2000년대 후반 인기를 끈 예능은 결혼과 출산, 육아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가족의 탄생'을 다뤘다. 최근엔 이 자리를 '졸혼(卒婚·'결혼을 졸업한다'는 뜻)' '1인 가구' '돌싱족(族)' 같은 새로운 가족이 채우고 있다.

E채널 '별거가 별거냐'는 '미리 체험하는 졸혼'을 표방한다. 별거하면서 잃어버린 '나만의 시간'을 다시 찾는다는 콘셉트. 최근엔 별거에 돌입한 배우 남성진(48)·김지영(43) 부부가 각각 요가와 탱고 강습을 끊어 새로운 취미생활을 시작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KBS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살림남2)에 '졸혼남'으로 등장하는 배우 백일섭(73)은 "뒤늦게 살림하는 법을 익히며 인생을 다시 배우고 있는" 중이다. 7일 방송한 '살림남2'에선 미혼부(未婚父) 배우 김승현(36)이 첫 출연했다. 방송일로 딸과 오랜 시간 떨어져 살아온 그는 "젊은 아빠라는 장점을 살려 친구들에게 자랑거리가 많은 아빠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가족 위해 희생? '나'도 소중

가족 형태뿐 아니라 구성원 역할도 변하고 있다. 희생의 상징이었던 엄마들이 '나를 찾자'고 부르짖는 중이다. EBS '엄마를 찾지마'는 전업주부에게 하루 동안 자유시간과 휴가비 100만원을 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오남매 육아를 '독박' 쓰며 살던 서명선씨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자유'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자유의 몸이 되자 커피숍으로 달려가 커피 석 잔을 주문한다. "커피를 따뜻하게 마셔본 적 없다"며 한맺힌 듯 따끈한 커피를 음미하며 행복해한다.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고르는 예능도 등장했다. TV조선 '며느리 모시기'는 예비 시어머니 5명과 예비 며느리 3명이 1박2일간 함께 지내며 예비 며느리가 자신의 시어머니를 '간택'하는 프로그램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30대 남성 미혼율(44.2%)은 여성 미혼율(28.1%)보다 월등히 높다. 신붓감이 부족하니 시부모도 심사 대상이 된 셈. 정석희 TV평론가는 "세태를 발빠르게 반영하는 TV예능이 변화하는 가족상을 집중 조명하기 시작했다"며 "다문화 가정, 한 부모 가정 등 다양한 가족 형태에 관심을 갖는 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