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존 그리샴이 공개한 '글쓰기 비법'

미국에서 존 그리샴(62)의 30번째 소설 '카미노 섬'(Camino Island)이 엊그제 나왔습니다. 다들 인정하는 'Mr.법정 스릴러'. 확인해보니 이전 29권의 소설 모두가 예외 없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군요.

이번 소설에서 흥미로운 설정이 하나 있습니다. 그의 작가 인생 최초로 변호사가 등장하지 않는다는군요. 변호사 없는 스파이 소설이랍니다. 또 하나. '대중소설 쓸 때의 원칙'을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는데요. 나름의 글쓰기 비법을 공개한 것도 처음인 듯합니다. 솔깃할 수밖에요.

해야 할 것(Do)과 하지 말아야 할 것(Don't)을 각각 네 가지씩 꼽았습니다.

우선 Do.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꼭 쓸 것, 같은 시간·같은 장소에서 매일 써 볼 것, 대화체 문장을 활용할 것, 그리고 문장을 압축하려고 너무 애쓰지 말고 충분히 쓸 것.

이번에는 Don't. 플롯 짜느라 고생하지 말고 일단 시작할 것, 서문 말고 본문부터 쓸 것, 유의어 사전에 집착하지 말 것, 그리고 첫 문단에 등장인물 너무 많이 등장시키지 말 것.

작가에 따라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두 가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우선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반드시 쓸 것. 전에 소설가 김훈의 작업실에서 세 글자가 써 있는 칠판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필일오(必日五).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알고 나서 무릎을 쳤습니다. "하루에 원고지 다섯 장은 반드시 쓴다."

'존 그리샴 글쓰기 원칙'에서 기억에 남는 또 하나는, 유의어 사전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표현이나 같은 단어 반복해 쓰지 말라는 건, 글쓰기 기본 아니겠어요? 존 그리샴의 진의는 이런 겁니다. 그렇다고 발음도 어려운(jaw-breaking) 어휘는 쓰지 말라는 거였죠. 한마디로 어려운 단어 골라 쓰는 건, 풋내기 작가의 허세라는 겁니다.

어쩌면 이 두 원칙은 모두 '성실'과 '태도'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겠군요.

아무리 작가라고 하더라도, 글은 영감이 아니라 엉덩이로 쓰는 것 아닐까요. 문학은 예술이지만, 소설 쓰는 태도는 어쩌면 '자기 계발'의 세계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