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옥자'… 국내외 취재진 1000여명 몰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의 시사회가 열린 12일. 서울 중구 대한극장 건물 정면에는 '옥자' 상영 예정을 알리는 대형 포스터가 붙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 12편의 포스터를 모두 합친 크기보다 컸다.

한국 영화계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옥자'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지난달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출품작으로 프랑스에서 먼저 선보인 이후, 이날 한국 시사회에서 처음 공개된 것이다. 이날 시사회에는 대만·홍콩·싱가포르·필리핀 취재진 30여 명을 포함해 국내외 취재진 1000여 명이 몰렸다. 최근 '극장·온라인 동시 개봉 방침'에 반발하며 '옥자'를 상영하지 않겠다고 밝힌 국내 최대 극장 체인 CGV와 옥자 상영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롯데시네마 관계자들도 시사회에 참석했다.

'옥자'에서 미국의 생명공학 대기업인 '미란도'는 세계 26개국 농장에 보급한 초대형 수퍼 돼지들을 식량난을 해결할 친환경 품종으로 선전한다. 한국 깊은 산골 외딴집에서 할아버지(변희봉)와 단둘이 사는 손녀 '미자'(안서현)가 기르는 수퍼 돼지 '옥자'도 그중 하나다. 어릴 적 부모를 잃은 미자는 옥자를 친자매처럼 애지중지한다. 하지만 미란도에서 파견된 직원들은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수퍼 돼지 경연대회'에서 선보이기 위해 옥자를 데리고 사라진다.

인간에게 동물은 둘도 없는 친구이지만, 식용(食用)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 같은 냉혹한 이중성은 '옥자'를 관통하는 주제가 된다. 보호자인 동시에 억압자라는 모성의 이중성에 착안한 '마더'(2009년)처럼, 이중성은 봉 감독의 영화 세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키워드이기도 했다.

이번 영화에서 아무런 말 없이 따스한 표정과 헌신적 행동만으로 미자를 보호하고 교감을 나누는 '옥자'는 동물을 바라보는 인간의 이중적 관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컴퓨터 그래픽(CG)을 통해 피부의 솜털까지 포착하고, 희로애락의 감정까지 드러내는 '옥자'는 '라이프 오브 파이'로 2013년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받은 에릭 얀 드보어 프로듀서의 솜씨다.

이 영화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산골 소녀 미자의 옥자 찾아 3만리'가 될 것이다. 산골 마을에서 서울을 거쳐 세계 자본주의의 중심인 미국 뉴욕까지 '옥자'를 찾아 나선 미자의 고군분투는 그 자체로 액션극인 동시에 로드 무비(road movie)다. 봉 감독의 팬이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요소들이 '옥자'에도 고루 담겨 있다.

가족처럼 애지중지하는 동물을 찾아나선 모험극이라는 설정은 봉 감독의 2000년 장편 데뷔작이었던 '플란다스의 개'를 연상시킨다. 자본주의의 대량생산·소비에 대한 은유적 비판은 2013년 '설국열차'를 빼닮았다. '괴물'에서 봉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변희봉이 다시 출연하고, '설국열차'에서 총리 역으로 인상적 연기를 보였던 틸다 스윈턴이 '루시 미란도' 역을 맡은 것도 이채롭다. 어쩌면 우리는 세계적 차원에서 '봉준호 사단'이 탄생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옥자'를 관람한 영화평론가 윤성은씨는 "'봉테일'이라는 별명답게 봉 감독은 560억원 대작을 만들면서도 등장인물의 성격은 물론, 미술과 화면의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영화 평론가 전찬일씨는 "세계적 스타 배우들을 기용하고도 흔들림 없는 연출력을 보여준 역량은 인상적이지만, 동물 해방이라는 정치적 메시지가 직접적으로 드러난 후반부에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옥자'의 제작비(5000만달러·560억원) 전액을 투자한 넷플릭스는 오는 29일 한국에서 극장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동시 개봉할 방침이다.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상영을 거부하거나 유보적인 반면, 대한극장·서울극장·부산 영화의전당 등 전국 7개 극장에서 이날 예매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