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르는 '신라의 달밤'

일요일이었던 지난 11일 오후 경북 경주시 황남동의 '황리단길'. 천마총·대릉원 등 사적지 주변 옛 골목길에 있는 이곳 한정식집, 한복집, 카페, 갤러리 등은 가족 단위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국립경주박물관 주차장엔 45인승 관광버스와 승용차로 빼곡했다. 첨성대 등 유명 유적지 앞에는 스쿠터나 자전거를 빌려주는 상인들이 분주한 모습이었다.

신평동 보문관광단지와 신라시대 유적들이 밀집한 경주역사유적지구에서도 관광객들이 보문호 주변을 따라 둘레길을 걷거나 호수 위에서 뱃놀이를 즐겼다. 대구에서 왔다는 이하영(45)씨는 "지진이 또 일어날까 봐 불안했는데, 이젠 평온해진 것 같아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경주는 지난해 9월 12일 일어난 규모 5.8의 강진(强震)에 이어 태풍까지 겹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지진 다음 달이었던 지난해 10월 관광객 수(74만명)는 1년 전 같은 기간(178만명)보다 100만명이 줄었다. 이후 연말까지도 예년보다 30여만명 정도 관광객이 감소해 지역 경제에 타격이 심했다.

하지만 올해 경주 관광업계는 지진 트라우마에서 사실상 벗어났다. 12일 경주시에 따르면 올 들어 5월 말까지 472만3547명이 경주를 찾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방문객(503만173명)의 94% 수준이다. 특히 벚꽃 시즌이었던 4월 한 달 동안 247만명, 5월에도 118만여 명이 왔다. '황금 연휴'가 포함됐던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1일까지 2주 동안엔 55만여 명이 경주를 다녀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예년처럼 1000만 관광객을 달성할 것으로 경주시는 보고 있다. 올해 지난 5월까지 외국인 관광객도 작년 대비 96% 수준(18만4427명)까지 올라갔다. 숙박업계도 활기를 띠고 있다. 현대·힐튼 등 5개 관광호텔은 주말이나 연휴 기간 90%가 넘는 예약률을 보였다. 지난 주말엔 보문관광단지의 콘도 4000여 객실도 평균 9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다만 경주시와 관광업계는 초·중·고교 수학여행단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고민스러워하고 있다. 작년 9월 강진 이후 13일까지 경주에선 모두 622회의 여진이 발생했다. 규모 2.0~2.5 정도의 지진이라 사실상 거의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하지만 언론이나 알림 문자 등을 통해 지진 사실이 알려지면 예정했던 수학여행을 취소하는 학교들이 속속 생겨난다는 것이다. 올해 대구·경북 지역 926개 초·중·고교 중 4개 교만 경주에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이에 따라 경북도와 경주시는 전국 교육청 등을 통해 수학여행단 유치에 나서고 있다. 시는 수학여행을 오려는 학교 측이 지정한 숙박시설과 음식점의 소방·시설·위생 등 안전점검을 한 뒤 결과를 알려주는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윤선길 불국사숙박협회장은 "전국 각급 학교의 경주 수학여행단 규모는 지진 이전에 비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면서 "얼마 전엔 경기도 지역 학교운영위원 35명을 초청해 팸투어까지 진행했다"고 말했다.

경주시는 지난 4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국제관광전에 참여해 경주 홍보 설명회를 열었다. 지난달엔 경주에서 '호찌민-경주 세계문화엑스포(11월·베트남 호찌민시)'의 성공 개최를 위한 기념 행사를 열기도 했다. 베트남을 중심으로 동남아 지역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시와 경북관광공사는 앞으로 전국의 주요 공항·기차역·지하철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홍보 활동을 하고, 소셜미디어(SNS) 등을 활용한 관광 마케팅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