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등록금 모아 제대하자… 軍테크 바람

"월급이 오르는 내년부터 군인 적금에 붓는 돈을 두 배로 늘릴 겁니다."

서울 중구 한 사회복지관에서 4개월째 사회복무요원(옛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 중인 정모(21)씨는 지난 8일 국방부가 사병들의 월급을 올리겠다고 발표하자 소집 해제 때까지 얼마를 모을 수 있을지 주판알을 튕겨봤다. 사회복무요원도 사병에 준하는 월급을 받기 때문이다. 정씨는 현재 한 시중은행의 이자율 5%대 '군인 적금'에 월 10만원을 붓는데, 다른 은행에 계좌 하나를 더 만들 생각이다. 월 20만원씩 소집 해제 때까지 부으면, 약 390만원을 모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대학에서 독일어를 전공하는 정씨는 "이 돈으로 독일 어학연수를 다녀올 생각"이라고 했다.

군대에서 나오는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 목돈을 만드는 '군(軍)테크'(군대와 재테크를 결합한 말)가 유행이다. 2000년대 초 병장 월급은 1만원대였지만, 2003년 이후 군인 처우 개선을 이유로 꾸준히 상승해 현재 21만원이 넘는다. 여기에다 지난 8일 국방부가 사병 월급을 최저임금의 30% 수준으로 대폭 인상하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하면서 '군테크 바람'이 부는 것이다. 올해 사병 월급은 이병 16만3000원, 병장 21만6000원이다. 내년에는 이병 30만6130원, 병장 40만5669원으로 배 가까이 오를 전망이다.

일부 사병은 시중 은행들이 경쟁하듯 내놓은 군인 적금의 이자율을 소수점 두 자리까지 꼼꼼히 비교해 월급을 알뜰하게 불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서울 강북구에서 의무경찰로 복무하는 이모(22) 일경은 "사병 월급이 오른다는 발표 이후 휴식 시간만 되면 다른 동료와 적금 상품 정보를 나눈다"며 "급여 인상분을 차곡차곡 모아 복학 첫 학기 등록금으로 쓰려 한다"고 말했다.

'군테크'에 열광하는 사병들은 PX(군부대 내 매점) 이용을 자제하는 등 '짠돌이 병영 생활'을 하기도 한다. 강원도 한 육군부대에서 복무 중인 박모(21) 일병은 "휴가를 나가도 친구들과 술집이 아닌 카페에서 만난다"고 말했다.

대다수 시중 은행은 2013년부터 국군재정관리단과 업무 협약을 맺고 사병을 대상으로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사병용 적금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런 상품은 보통 '월 납부 한도액 10만원, 24개월 만기, 이자 5% 안팎'의 조건을 달고 있다. 납부 기한은 짧지만, 이자는 일반 적금보다 배가량 높다.

은행 상품 여러 곳에 중복 가입하면서 목돈을 모으는 사례가 많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군인 적금'에 오롯이 월급을 붓고, 필요한 용돈은 부모에게 받아 쓴다는 사병들도 있다.

은행 관계자들은 "사병들의 월급을 유치하는 것이 당장 수익이 되지는 않지만, 제대하고 취업한 후에도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사병 가입자에게 2년간 연 5.5% 이자를 주는 적금 상품은 사실 은행 입장에선 팔수록 손실이 나는 역(逆)마진 상품이지만, 잠재 고객을 유치할 수 있어 장기적으론 이익"이라고 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도 "국군희망준비적금에 가입하는 군인이 늘어나면, 이후 예금 거래나 카드 발급 등 파생되는 거래가 많아 절대 손해가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