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소형 SUV 첫 투입… 정의선의 '승부수'

13일 오전 경기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현대자동차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코나(KONA)' 신차 발표회가 열렸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연두색 '코나'를 직접 몰고 무대에 등장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정 부회장은 이날 '알로하 코나'라고 적힌 흰 반팔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코나가 하와이 휴양지 이름이란 점을 감안한 복장인 셈. 정 부회장은 차에서 내린 뒤 직접 손으로 차량 곳곳을 짚으며 코나의 장점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외국 취재진을 배려해 중간 중간 영어로도 설명을 덧붙였다. 정 부회장 개인으로선 2015년 '제네시스 브랜드' 런칭 행사에서 무대에 선 적은 있었지만, 직접 차종 발표자로 나서긴 이번이 처음이다.

자동차업계에선 코나를 '정의선의 승부수'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정 부회장은 코나 출시를 앞두고 연구 개발과 마케팅 전략 등 관련 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적극 관여했다. 다른 자동차 회사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총수가(家)에서 직접 신차를 소개한 건 전례가 없다"면서 "그만큼 코나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소형 SUV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가성비나 안전 등 다양한 가치를 동시에 담았다"면서 "한국·유럽·북미 등 전 세계 주요 자동차 시장에 투입하는 소형 SUV는 코나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선진국용 소형 SUV 코나를 발판 삼아 최근 해외 판매 부진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동급 최고 주행 성능과 편의 기능 탑재

현대차는 상대적으로 소형 SUV 시장 진출이 늦은 편이다. 그동안 국내 소형 SUV 시장은 쌍용자동차 티볼리와 르노삼성 QM3, 한국GM 트랙스가 3파전을 벌였고, 여기에 작년 기아자동차 니로가 가세했다. 현대차는 뒤늦게 뛰어든 것. 정락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부사장은 "타사 차량을 압도할 수 있는 상품성이 아니면 어렵다고 봤다"며 "동급 최고 성능을 목표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코나 가솔린 모델은 1.6L 터보 GDi(직분사) 엔진을 얹어 최고 출력이 177마력, 최대 토크가 27.0㎏f·m이다. 연비는 1.6L 가솔린 모델이 복합연비 기준 L당 12.8㎞, 1.6L 디젤 모델이 L당 16.8㎞다.

안전성도 강화해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선유지 보조, 운전자 부주의 경고 등도 탑재했다. 소형 SUV로는 처음으로 '컴바이너형 헤드업 디스플레이(운전석 바로 앞 별도 유리에 주행 정보가 표시되는 것)'도 들어갔다. 현대차는 "전 세계 지역별로 최고 안전등급을 획득한다는 목표로 개발했고, 실제 그 목표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디자인은 취향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주간 주행등과 메인 램프가 상하로 나뉘어 있고, 전체적으로 앞모습이 날렵하고 옆모습은 단단한 느낌이다. 차량 높이도 동급 차량보다 40㎜ 정도 낮다. 가격은 가솔린 모델 기준 1895만~2710만원.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가 1600만원 수준인 티볼리를 염두에 두고 코나의 가격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성능 대비 가성비가 좋아 미국·유럽에서도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실적 개선 목표

현대차가 소형 SUV를 내놓은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SUV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형 SUV 시장 규모는 2010년 48만5000대에서 작년 463만7000대로 10배 가까이 커졌다. 연평균 성장률이 45.6%로 모든 차종 중 성장세가 가장 높다. 특히 올해는 작년보다 19.4% 높은 553만8000대로 시장이 성숙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현대차는 미국 등 해외에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현대차 5월 해외 판매량은 30만7362대로, 작년 5월(36만8257대)보다 16.5% 감소했다. 중국 판매량은 작년보다 60%가 넘게 줄었고, 미국에서도 작년보다 15.5% 감소했다. 정 부회장은 "해외 판매량이 계획보다 차질을 빚는 건 사실"이라며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아 상품성을 더 개선하고 많은 외부 의견을 받아들여 재도약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현대차는 코나를 한국과 미국, 유럽에서 판매하면서 실적을 개선해나간다는 전략이다. 올해 코나 판매 목표량은 국내 2만6000대, 미국과 유럽 4만1000대. 국내는 월평균 4000여대로 티볼리(4700여대)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내년엔 내수 4만5000대, 수출 15만대를 목표로 잡았다.

현대차는 앞으로 초소형 SUV와 대형 SUV도 개발, 2020년까지 SUV 라인업을 더 확대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내년엔 1회 충전으로 390㎞를 가는 코나 전기차를 출시하고, 수소연료전지차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정 부회장은 "2020년까지 14개 종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를 출시할 것"이라며 "시스코, 바이두, 우버 등 전 세계 IT 업체들과 협력관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