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까지 26兆… 삼성·LG디스플레이, OLED 투자경쟁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상 최대 규모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투자 경쟁을 펼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10조원을 들여 경기도 파주에 세계 최대 OLED 공장을 짓고 있고,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년까지 16조원을 투자해 중소형 OLED 공장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두 회사가 OLED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는 것은 디스플레이 시장이 LCD(액정 표시 장치)에서 OLED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20일 "중국 업체들이 턱밑까지 추격해온 LCD 시장과 달리 OLED는 아직 한국 업체들이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2007~2008년 LCD 공장 증설 경쟁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디스플레이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형 OLED 시장 급성장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5일 오전 한상범 부회장(CEO)과 계열사 임원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파주에 건설하고 있는 신공장 P10 최상층에 건축용 빔을 올리는 상량식(上樑式)을 열었다. 내년 하반기 가동을 시작하는 P10은 축구장 14개 면적에 높이 100m가 넘는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공장이다. 7개 층으로 나눠 층마다 생산 라인이 들어선다. LG디스플레이는 P10 공장을 OLED 중심으로 운영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1~2층은 중소형 OLED 패널을 생산하고, 3~4층은 대형 OLED 패널을 생산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면서 "5~7층은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세계시장의 95%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중소형 OLED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는 뜻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중소형 OLED를 외면하다가 매출의 30%가량을 차지하던 애플 아이폰 디스플레이 물량을 삼성디스플레이에 빼앗겼다"면서 "P10은 이를 만회할 핵심 시설"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공격적인 OLED 생산 라인 증설에 나섰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월 5만5000장의 중소형 OLED 패널을 생산하고 있는 아산 A3 공장 생산량을 월 13만장 규모까지 늘리기 위한 증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 달에는 A3 공장과 비슷한 규모의 A4 공장 신축에 들어간다. A4 공장은 2019년 양산을 시작하면 1차 생산량이 월 6만장에 이를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기존 LCD 생산 라인도 계속 OLED 생산 라인으로 교체해 나가며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기기 등 급증하는 시장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CD 빠르게 대체하는 OLED 패널

OLED 패널은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노트북·태블릿PC·모니터·대형 TV까지 기존 LCD 패널을 빠르게 대체해나가고 있다. 특히 애플이 하반기 출시할 아이폰8에 OLED 패널을 채택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본격적인 OLED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 생산 규모가 커지고 수율(收率·완성품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가격 경쟁력도 강화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중소형 OLED 시장 규모는 지난해 142억달러(약 15조9500억원)에서 내년 284억달러, 2020년에는 353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각기 우위에 있는 분야를 발판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스마트폰 위주인 중소형 OLED 시장을 노트북·태블릿 같은 중형 IT 기기 패널로 확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실제로 올해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북'(12인치)과 '갤럭시탭S3'(9.7인치)를 비롯해 레노버 노트북 'X1 요가'(14인치), 델의 30인치 모니터 '울트라샤프 UP3017Q' 등이 OLED를 채택했다.

LG디스플레이는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한 대형 TV 패널에서 중소형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IHS마킷은 2014년 7만7000대에 불과했던 전 세계 OLED TV 판매량이 올해 138만대, 2023년에는 1040만대로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신두 서울대 교수(전기공학부)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도 3~4년 뒤면 프리미엄 제품은 휘어지는 플렉서블 OLED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화면 스스로가 빛을 내기 때문에 LCD(액정표시장치) 패널과 달리 화면 뒤에서 빛을 쏴주는 광원(백라이트)이 필요 없다. 스마트폰과 TV 등 각종 IT 기기를 더 얇게 만들 수 있다. 휘어지는(플렉시블·flexible) 성질이 있는 것도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