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P 문턱 낮아진다… 공무원·자영업자도 700만원 세액공제

오는 7월 26일부터 자영업자와 공무원 등도 개인형 퇴직연금(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대상자가 자영업자 약 580만명, 공무원·사학·군인·별정우체국 연금 등 가입자 약 150만명을 합쳐 730만명에 달한다.

IRP란 직장인이 노후 대비 자금을 스스로 쌓아 가거나, 혹은 이직할 때 받는 퇴직금을 적립한 다음 55세 이후에 연금이나 일시금으로 찾아 쓰기 위해 가입하는 퇴직연금 제도 중 하나다. 쌓아 놓은 퇴직금 외에 연간 1800만원 한도에서 자기 부담으로 추가 납부가 가능하고, 세액공제 혜택으로 개인연금 400만원을 포함해 본인 추가 납입액에 대해 연간 최대 7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고소득자의 경우 연금저축 세액공제 한도가 4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줄었지만, IRP에 400만원을 넣으면 700만원까지 절세할 수 있어 인기다. 가입 대상이 확대되면서, IRP를 판매하는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사들이 벌써부터 고객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자영업자·공무원 등 730만명 IRP 가입 가능해져

현재는 퇴직금 수령자나 퇴직연금 가입자만 IRP가입이 가능하다. 이렇다 보니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일반 직장인들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등을 복수로 가입할 수 있는 데 반해, 직역연금 가입자인 공무원 등은 IRP에 가입할 수 없어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하고,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IRP 가입 대상을 확대하기로 하고, 지난 4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르면 가입 대상은 근로 소득이 있는 모든 사람으로 확대됐다. 자영업자와 공무원연금 가입자 등 총 730만명이 IRP에 새로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또 현재는 회사가 퇴직연금을 도입하지 않을 경우 소속 근로자는 IRP에 개별적으로 가입할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퇴직연금으로 전환하지 않은 사업장의 근로자도 IRP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단, 가정주부 등 근로소득이 없는 경우는 여전히 가입이 불가능하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일해서 벌어들인 소득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IRP에 가입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IRP는 적립하는 동안에는 세금을 내지 않고, 적립이 끝난 후 세금이 부과된다. 적립금이 개인의 퇴직금일 경우에는 일시금으로 받으면 적립금에 대해 퇴직소득세(6~40%)가 부과된다. 연금 형태로 받으면 퇴직소득세의 30%를 감면받는다. 퇴직금이 아니라 개인이 추가 납입한 금액이 적립금이면, 적립금과 이에 따라 발생한 수익에 대해 연금소득세(3~5%)를 내야 한다. 만약 55세 이전에 중도 인출할 경우는 연금소득세 대신 이보다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기타소득세(16.5%)가 부과된다. 또 55세 이후 연금으로 받다가 일시불로 나머지 금액을 한꺼번에 찾는다면 연금을 받은 기간에 따라 연금소득세와 기타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수수료 깎고, 영업 총동원 나선 금융사들

IRP 가입 대상이 확대되면서 상품을 판매하는 금융사들이 고객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IRP 적립액은 12조4000억원으로, 전체 퇴직연금 적립액 147조원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자영업자 등 730만명이 유치 가능한 고객이 되면서 금융사들에는 IRP가 '기회의 땅'이다. 특히 IRP와 같은 퇴직연금은 가입 기간이 10~15년 정도로 길고, 금리와 상관없이 금융사들이 거둬들이는 수수료 수입이 비교적 큰 점도 매력이다. 한 증권회사 관계자는 "긴 기간 고객이 고정적으로 돈을 맡기고, 수수료 수입도 짭짤하기 때문에 IRP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IRP 상품의 평균 수수료율은 0.46%다. 업권별 수수료율을 보면 생명보험사가 0.23~1.15%, 증권사가 0.33~0.85%로 비교적 편차가 크고, 은행은 0.36~0.7%, 손해보험은 0.24~0.47%로 편차가 작은 편이다.

금융회사들은 제도 시행이 한 달여 남았지만 벌써부터 각 지점에 고객 유치를 위한 지도 공문을 내리고, 영업 직원들을 교육시키며 IRP 고객 확보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은행들은 모바일 등 비대면(非對面) 채널을 통해 IRP에 가입할 경우 수수료율을 깎아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을 통한 가입 고객의 수수료는 지금처럼 유지하지만,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을 이용해 비대면으로 가입할 경우 수수료율을 낮춰 고객을 유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고객들에게 개인형 IRP 가입 확대와 관련한 안내 메시지와 이메일을 발송했다. 신한은행은 개인IRP 전문센터를 활용해 고객 관리를 하고, IRP 가입 대상 확대에 맞춰 로봇이 자산을 운용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자산배분 시스템을 시작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IRP는 중도 해지할 경우 세액공제 혜택을 반환해야 하기 때문에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55세 이전에 IRP 계좌를 해지하거나 55세 이후에도 중도 해지하면 연금으로 받을 때보다 상대적으로 세금을 더 많이 내게 되기 때문이다.

☞IRP(개인형 퇴직연금·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근로자가 이직·퇴직 시점에 받은 퇴직금을 넣어둔 다음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찾아 쓸 수 있는 노후 자금 통장이다. 재직 중인 근로자가 노후 자금 준비 목적에서 IRP에 가입하면 정부가 절세 혜택(최대 700만원까지 연봉에 따라 13.2% 혹은 16.5% 세액공제)을 준다. 계좌 내에서 예금·펀드·채권·주가연계파생결합증권(ELB)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현재는 퇴직금 수령자, 퇴직연금제도에 가입한 근로자 등으로 대상이 제한되지만 7월 26일부터는 공무원이나 교사·군인, 자영업자까지 확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