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적 재미의 매력… '하루' 깜짝 1위

영화 '하루'(감독 조선호)가 지난 15일 개봉 이후 관객 68만명을 동원하며 일일 평균 관객 기준으로 흥행 1위에 올랐다. '미이라'와 '원더우먼'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같은 대작들이 즐비한 6월 극장가에서 의미 있는 선전(善戰)이다. 총제작비 62억원으로 지난해 한국 상업영화 평균 총제작비(45억원)를 조금 웃도는 규모이지만, 영화의 매력을 되짚어 보면 '깜짝 인기'의 비결을 짐작할 수 있다.

◇하루라는 제한된 시간

의사 '준영'(김명민)은 이라크 같은 분쟁 지역에서 의료봉사 활동에 발 벗고 나서 '전쟁터의 성자'로 불린다. UN 연설을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준영은 딸 '은정'(조은형)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악몽을 꾼다. 꿈에서 보았던 상황이 현실 속에서도 맞아떨어지자 준영은 앞날을 미리 일러주는 예지몽(豫知夢)이라는 걸 깨닫고 딸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친다.

영화 '하루'는 제목처럼 24시간의 하루가 반복되는 상황을 보여준다. 딸을 구하려는 아버지가 인천공항에서 교통사고 현장까지 질주하는 공간적 동선(動線)도 명확하다. 시간과 장소가 한정되어 있고, 등장인물도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 영화는 연극적 재미를 지니고 있다.

◇김명민과 변요한의 연기 이중주

드라마 '하얀거탑'의 오만한 의사 '장준혁'부터 '베토벤 바이러스'의 괴팍한 지휘자 '강마에'까지 안방극장에서 김명민의 존재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영화 '하루'의 초반부도 김명민의 1인극처럼 진행된다. 하지만 영화 중반부터 구급대원 '민철'(변요한)과 택시 운전기사 '강식'(유재명) 등 등장인물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사건 이면에 숨겨져 있던 사연들이 드러난다.

이 때문에 이번 영화를 음악에 비유하면 김명민의 '독주곡(獨奏曲)'에서 출발해서 서너 명의 배우가 오밀조밀한 앙상블을 벌이는 '실내악'으로 끝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드라마 '미생'의 신입 사원 한석율 역으로 능청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던 변요한은 이 영화에서 김명민에게 밀리지 않는 탄탄한 연기 뒷심을 보여준다.

◇복수와 용서라는 주제

'인생을 되돌릴 수 있다면'처럼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법한 가정을 스크린으로 끌어들인 영화 장르를 '타임 루프(time loop)'라고 부른다. 등장인물들이 같은 시점으로 되돌아가서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문제 해결에 나서는 이야기 구조를 지니고 있다. 외국의 경우 '나비효과'와 '소스 코드' 같은 미스터리물이나 SF 영화에서 출발해 로맨스물까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처럼 한국 영화에서도 이 같은 구조의 작품이 늘고 있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와 '하루'에 모두 변요한이 출연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하루' 역시 초반에는 딸을 구하기 위한 아버지의 고군분투에 집중한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복수와 용서라는 상반된 해결책 속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등장인물들의 고민으로 영화의 무게중심도 서서히 옮겨간다. 결말은 다소 작위적인 구석이 있지만, 이야기의 짜임새와 전반적인 매무새는 탄탄하면서도 매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