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賞 보여주러 현충원 가야겠다"

일면식도 없던 이웃을 구하기 위해 불타는 건물에 뛰어든 청년, 부와 명예를 마다하고 23년째 소록도를 지키는 의사, 음지에서 사회 안전을 위해 묵묵히 봉사한 경찰…. 남다른 헌신과 희생으로 우리 사회의 온기를 지켜준 시민과 경찰관에게 주는 청룡봉사상 시상식이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올해로 51회를 맞는 청룡봉사상은 충·용·인·의 네 분야에서 수상자 6명을 선정했다. 교통 등 대민 업무 담당 경찰을 대상으로 한 신(信) 분야 수상자는 올해 뽑지 않았다. 시상식에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이철성 경찰청장, 심사위원인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와 김성수 대한성공회 주교, 역대 수상자 모임인 '청룡봉사회' 최병갑 회장 및 회원과 수상자 가족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의상(義賞)을 받은 '초인종 의인' 고(故) 안치범(당시 28세)씨를 대신해 트로피를 받은 부모 안광명·정혜경씨는 수상 소감을 말하며 끝내 눈물을 보여 좌중을 숙연하게 했다. 안치범씨는 작년 9월 9일 오전 4시쯤 자신이 살던 서울 마포구 5층 원룸 건물에 불이 나자 집집마다 초인종을 누르며 잠든 이웃들을 깨워 대피시켰다. 하지만 자신은 끝내 숨졌다. 아버지 안씨는 "아들이 지금까지 청룡봉사상을 받은 수많은 의인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며 "대전 국립현충원에 있는 아들에게 상을 보여주러 가야겠다"고 말했다.

인상(仁賞) 수상자인 오동찬(49) 국립소록도병원 의료부장은 이 병원에서 일했던 의사 중 역대 최장 근무 기록을 갖고 있다. 독학으로 '아랫입술 재건 수술법'을 개발해 한센병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500여명의 주민을 치료했다. 주민들로부터 '천사'라는 별명도 얻었다. 오 부장은 "소록도 101년 역사 중 내가 일한 건 고작 23년이고, 대(代)를 이어가며 수십 년째 소록도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있다. 모든 직원을 대신해 상을 받는다고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범죄 수사 분야 경찰에게 수여하는 용상(勇賞)을 받은 3명의 경위는 나란히 경감으로 1계급 특진했다. 경북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이규경(48) 경감은 3년간 마약·인신매매 등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 147명을 검거했다. 그는 "갈수록 무서워지는 아내에게 이 상을 바친다"고 말해 좌중을 웃게 하였다. 국무총리실 1급 고위 공무원의 뇌물 사건을 밝혀낸 특수수사 베테랑 이용범(45) 경찰청 경감은 "한 일에 비해 너무 큰 상을 받았다"며 "경찰로 일하는 쌍둥이 형과 영광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 최고 '보이스 피싱' 수사 전문가로 꼽히는 서울 구로경찰서 윤영석(47) 경감은 "사람들이 알면서도 속아 넘어가는 게 '보이스 피싱' 범죄"라며 "앞으로 1명이라도 더 검거해서 피해자를 줄일 수 있도록 몸 바쳐 수사하겠다"고 했다.

대공 수사 요원이라는 업무 특성상 신분을 공개하지 않은 충상(忠賞) 수상자 이민성(가명) 경감도 가족과 함께 참석해 활짝 웃었다. 이 경감은 "업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어서 (내가) 뭘 하는지도 잘 몰랐을 텐데 이렇게 상 받은 모습을 가족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심사위원 손봉호 교수는 수상자들에게 "우리 사회를 따뜻하고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등대로서의 역할에 자긍심과 용기를 잃지 않기를 바라며 앞으로 더욱 정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