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력해진 파괴효과… 관객들 눈과 귀는 만족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쓴 영국 작가 아서 C 클라크(1917~2008)의 말이다. 미국의 근육질 의리남 '케이드'(마크 월버그)가 미모와 몸매까지 빼어난 옥스퍼드대 교수 '비비안'(로라 해덕) 앞에서 괜히 이 오래된 SF 격언을 인용하는 건 아닐 터. 마이클 베이(52) 감독이 오는 21일 개봉한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마 쇳덩어리 로봇에 생명을 불어넣은, 더 세련되고 강력해진 '시각효과의 마법'이었을 것이다. 세계를 지킬 마지막 기사로 선택된 '케이드'와, 외계의 힘이 담긴 마법사 멀린의 지팡이를 쓸 수 있는 멀린의 직계 자손 '비비안'이 착한 트랜스포머 및 어린이 친구들과 힘을 합쳐 외계 로봇의 침략으로부터 지구를 구한다.

신선한 충격이었던 2007년의 첫 편 이후 5번째 트랜스포머 영화. 줄거리나 감정선 같은 다른 영화적 요소는 모두 제쳐놓고, 2시간 21분 상영시간 내내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데만 집중한다. 변신 합체 로봇들이 끝없이 등장하고, 쏘고 자르고 부수고 터뜨린다. 옥스퍼드와 런던에서 펼치는 변신 자동차들의 추격전도 익숙한 시각적 쾌감. 막판엔 아예 생명을 잃은 트랜스포머들의 고향 별 '사이버트론'을 끌어와 지구와 충돌시킨다. 영화마다 상상 초월 파괴 아이디어를 보여줘 '파괴지왕'으로 불리는 마이클 베이 감독답다.

줄거리가 산만한 데다, 예고편부터 강조됐던 착한 트랜스포머들의 대장 '옵티머스 프라임'의 변심 부분에서 설득력이 많이 떨어진다. 아서왕 전설부터 2차대전까지 오직 볼거리만을 위한 회상 장면이 맥락 없이 끼어들어 이야기는 자주 산으로, 아니 안드로메다로 간다. 우주와 심해(深海) 가리지 않고 전투가 벌어지는데, 다채롭기보다 번거로운 느낌이다.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