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점프, 점프… TV도 무대도 '무용 전성시대'

'저 어마어마한 운동량을 보라. 힘들었을 준비 과정이 멀리서도 보여요!''어머니 잠에서 깨셨어요. 웃으며 즐길 수 있어 행복했어요.'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국립 발레단 '발레 갈라' 중 마지막 작품인 '트로이 게임'. 발레단 중에서도 '체격 좋은' 무용 단원들이 무대에 오르자 객석을 채운 관객도 달아올랐다. 국내 초연작으로 영국 안무가 로버트 노스가 태극권, 합기도 등에서 영감 받아 만든 작품이다.

무용계는 현재 '기록' 경쟁 중이다. 2000석 가까운 객석도, 아직은 낯선 현대 무용 공연장도 관객들이 꽉꽉 들어찬다. 문화부 문화 향수 실태 조사에서 예술 분야 중 매번 관람률 꼴찌를 기록했던 분야가 바로 무용. 하지만 일부 공연은 쏟아지는 관람 요청에 시야 제한석까지 풀었는데도 예매 대기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LG아트센터의 올 상반기 매표율 집계 결과 지난 3월 무대에 오른 피나 바우슈 안무의 '스위트 맘보'가 전석 매진되는 등 무용 3개를 비롯한 8개 공연의 평균 매표율이 96.4%를 기록했다. 2000년 개관 이래 가장 높았다. '무용 신드롬'이다.

◇발레의 '왕자님 시대'

6월 8일~10일 선보인 유니버설발레단의 '디스 이즈 모던'은 관객을 무대로 올려 무용가들과 함께 춤을 추는 파격 안무로 즐거움을 더했다. 당시 무대에서 마지막까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관객 이애리(47)씨는 "훤칠한 남자 무용수의 포옹을 받으니 주인공이 된 기분"이라고 했다.

발레의 '왕자님 시대'는 전통 무용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는 28일부터 7월 1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를 국립 무용단 '리진'의 주인공들 얘기다. '꽃미남 트로이카'로 불리는 황용천·조용진·송설의 수려한 춤솜씨는 기본, '보그' 등각종 패션지 화보 촬영에 도전하며 전통춤 대중화에 한몫한다는 평가다.

◇TV 예능으로 간 무용수

무용 대중화의 '1등 공신'은 현대무용가·발레리나들이 다수 출전한 케이블 채널 Mnet의 '댄싱 9(2013~2015)' 같은 TV 예능 프로그램이다. '댄싱9' 시즌 2에서 우승한 현대무용가 김설진은 현재 가장 인기 있는 무용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가수 이효리의 춤 선생으로 MBC '무한도전'에 출연해 검색어 상위권을 장식했다. 김설진은 "몸은 누구나 타고나지만 몸의 아름다움을 즐길 줄 모르면 평생 사랑 한번 못 하고 가는 것처럼 아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춤 경연 프로그램인 MBC '댄싱위드더스타'(2012) 심사위원을 맡았던 국립 발레단 수석 발레리나 출신 김주원은 TV 무대에 이어 국악, 뮤지컬 장르까지 도전하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 김예림 무용평론가는 "최근 들어 TV 프로그램은 물론 패션쇼나 미술 전시회에서도 무용을 오프닝 무대로 꾸미는 일이 많아지면서 관객의 호기심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몸은 내 신분"

'피겨 여왕' 김연아도 춤의 대중화를 일군 대표적인 아이콘이다. 2011년 로맨틱 발레인 '지젤'을 쇼트 프로그램 안무로 채택하면서 발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발레나 무용을 배우려는 이들도 늘었다. 3년째 발레를 배우며 '발레 애호가'가 됐다는 소설가 백영옥은 "동작을 배우고 나니 정확하게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또 그걸 해내는 무용가들이 얼마나 대단한지도 새삼 다가오게 됐다"고 말했다. 무용과 놀이가 결합된 '탄츠 플레이'로 탄탄한 몸을 가꿔 화제가 된 탤런트 조여정은 "무용수의 몸이 인간의 가장 이상적인 몸 같다. 보고 있으면 황홀해진다"고 말했다. 트렌드랩 506 이정민 대표는 "예전에는 럭셔리 브랜드 가방이나 옷, 고급 자동차로 자신을 치장했다면 요즘은 자기 몸을 가꾸는 데 투자하는 게 대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