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대기업 들어가려면…" 면접과외 나선 직장인들

"정유회사라고 자동차 기름만 생각하면 큰 오산이에요. 요즘 전기차가 늘고 있잖아요. 우리 회사도 신(新)에너지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에너지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합격에 필수적이죠."

국내 한 정유업체에 다니고 있는 김재준(가명·35)씨는 작년 여름부터 주말마다 부업으로 '면접 과외'를 하고 있다. 취업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을 카페에서 만나 기업 문화나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 전략 분야, 임원의 성향 같은 정보와 인터뷰 요령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김씨는 보통 취업 준비생 5~7명을 모아 놓고 2시간쯤 '가상 면접'을 한다. 사례비조로 한 사람당 2만원쯤을 받기 때문에 강의 한 번을 하면 10만~15만원을 쥔다. 김씨는 "돈을 받아 미안하지만, 취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 '윈-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취준생을 상대로 '취업 과외'에 나서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12%에 이를 정도로 구직난이 심각해지자 직장인들이 현직이라는 신분을 내세워 취업 사교육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무료로 강의를 하는 직장인도 있지만 대개 감사비나 교통비 명목으로 돈을 받는다.

고려대에 재학 중인 진해명(27)씨는 "취업강사보다 현직 선배들의 얘기를 들으면 자신감이 생기고 심리적으로 안정된다"면서 "요즘 취업스터디에서 현직자 초빙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대구에 사는 대학생 이진희(24)양은 "들어가고 싶은 회사 대부분이 서울에 있어 지방에선 취업에 도움을 줄 수 있을 직장인을 만나기가 너무 어렵다"며 "상경해서 직접 직장인 멘토를 구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취준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 1017명 중 95%가 '취업 스승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가장 이상적인 취업 스승으로는 '입사 희망 기업의 현직 종사자'를 꼽은 사람이 전체의 24%로 가장 많았다. '출신 배경이 비슷한 학교 선배(19%)' '헤드헌터(15%)'가 뒤를 이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직장인들이 '과외 팀'을 짜는 경우도 있다. 증권회사에 다니는 김태욱(32)씨는 지난해부터 라디오 방송국·보험업체·유통업체·건설업체에 직장을 둔 고교 동창 4명과 '취준 멘토단'을 꾸렸다. 이씨가 인터넷에 올린 카카오톡 아이디를 통해 문의가 들어오면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강의에 나서는 식이다. 김씨는 "좀 더 많은 취준생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팀을 결성하게 됐다"며 "각자 용돈 벌이 삼아 한 달에 1~2번 강의한다"고 말했다.

2015년 문을 연 한 스타트업 업체는 취준생 회원이 특정 기업에 대한 질문을 인터넷에 올리면 해당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이 대답을 해주도록 연결해 준다. 회원들이 자기소개서 첨삭이나 면접 관련 지도를 받으려면 일정 금액의 돈을 내야 한다. 직장인들은 '우수 답변'으로 채택되는 조언을 해 줄 경우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포인트를 받는다.

취업컨설턴트협회 김운형 대표는 "직장인들이 전하는 회사 업무 내용·연봉 등은 기업에 대한 이해라는 측면에서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면접·자기소개서 등 입사전형과 관련해선 직장인들이 자기 경험을 일반화하는 경우가 많아 무조건 다 믿지는 않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