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더듬증 스타골퍼' 소피는 왜 캐디가 됐나

스웨덴 출신 소피 구스타프손(44)은 호쾌한 장타를 앞세워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여자 골프의 한 시절을 풍미한 스타였다.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5승, 유럽여자투어 16승을 거뒀다. 동시에 그는 심각한 말더듬증으로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 선수로도 유명했다.

그런 구스타프손이 선수가 아닌 캐디로 29일(현지 시각) 개막하는 LPGA 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미 시카고 인근 올림피아필즈 골프장)에 복귀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가 선수로 이 대회에 나왔던 것은 컷 탈락한 2014년이 마지막이었다.

'소피의 선택'은 세상의 시선보다는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 나선 과정이었다. 그는 2015년 전격적으로 선수에서 캐디로 직업을 바꿨다. 중국에서 열린 유럽 여자 투어 대회에서 나란히 컷 탈락한 베스 앨런(36·미국)과 이야기를 나누다 그의 가방을 메기로 한 것이다.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형편도 아니었고 "명성에 흠이 간다"며 말리는 이들도 있었다. 구스타프손은 "내 실력은 경기에 나갈 수 없는 수준이 됐다. 하지만 사랑하는 필드에 계속 설 방법을 생각하다 캐디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구스타프손이 2011년 미국과 유럽의 골프 대항전인 솔하임컵에서 프로 데뷔 19년 만에 처음으로 했던 언론 인터뷰는 골프 사상 가장 감동적인 인터뷰로 남아 있다. 그는 우승 소감을 제대로 말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기자들을 피해다녔었다. 하지만 그는 "내가 늘 머물던 안전지대 밖으로 나가 보고 싶어 먼저 방송국에 인터뷰 요청을 했다"고 했다. 기자도 카메라맨도 없는 어두운 방에서 그가 카메라를 향해 힘겹게 인터뷰한 모습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70분을 녹화해 말을 더듬은 부분을 잘라내니 3분 30초가 남아 있었다. 그는 이듬해 미국골프기자협회가 심각한 장애나 질병을 딛고 활동하는 골프 선수에게 주는 '벤 호건상'을 받았다. 어린 시절 말더듬증에 시달리던 그에게 필드는 안식처였다. 이곳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고 싶다는 것이 그의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