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퍼포먼스, 누군가엔 '집회 公害'

29일 오후 7시 청와대 담에서 100m 지점.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조합원 100여 명이 인도와 차도 1개를 점거하고 있었다. '재벌 적폐 끝장내고 노조할 권리 쟁취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스피커에선 '사노라면' 등 가요를 개사한 노래가 나왔다. 지난 26일부터 24시간 개방된 청와대 앞길을 찾은 시민들은 집회를 피해 차도 가장자리로 다녔다. 집회 이름은 '스트리트 파이터 문화제'. 산책을 나온 이명환(31)씨는 "진짜 '거리의 싸움꾼' 같다"고 했다.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약 1㎞ 떨어진 광화문 시민열린마당까지 행진 후 공원에 돗자리를 깔고 맥주 등을 마셨다.

민노총이 선언한 '사회적 총파업 주간' 이틀째인 29일 서울 도심 곳곳에선 크고 작은 집회가 이어졌다.

◇집회한다며 영화 보고 캠핑하고

이날 오후 8시 주한 미국대사관 맞은편 광화문광장. 150여 명이 형형색색의 종이 피켓을 들고 모였다. 민노총 등이 참여하는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사드전국행동) 회원들이다. 손에 든 피켓으로 'NO THAAD(노 사드)' 'NO TRUMP(노 트럼프)' 글자 모형을 만드는 '카드 섹션'을 했다. 사회자가 "트럼프는 사드 배치 강요 말라"는 구호를 외치자 참가자들은 대사관을 향해 호루라기를 불었다. 오후 10시부터는 광화문 광장에 돗자리를 펴고 '사드 반대 구호 짓기' 철야 회의를 했다. 30일 오전 2시부터는 '대동놀이' 같은 문화제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사드 반대를 주제로 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파란나비효과'를 본다"고 했다.

일부 단체는 1박 2일 '도심 캠핑'을 했다. 알바노조 등으로 구성된 '시급만원운동본부'는 광화문광장 부근에서 '만원캠핑'이란 이름으로 1박 2일 집회를 진행했다. 주최 측은 50여 명 참가자에게 미리 '캠핑 장소가 소음이 심하니 귀마개를 준비하셔야 한다' '조명이 강합니다. 안대를 준비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공지했다.

◇소음에 주민 불편… 오늘 대규모 행진

29일 오전 9시에는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서울학교비정규직연대가 집회를 열었다. '사랑의 밧데리' '무조건' 등 트로트를 개사한 노래를 틀었다. 집회 장소에서 20m쯤 떨어진 강북삼성병원에서 들어도 귀청이 터질 듯 소리가 컸다. 가족을 간병 중인 이진희(41)씨는 "병원 병실까지 소리가 들려, 환자들이 쉴 수 없는 지경"이라고 했다. 집회 참가자 1500여 명(경찰 추산)은 3시간 동안 도로 2개 차선과 인도를 점거하고 '정규직화 쟁취하자' '근속수당 인상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집회를 마칠 때쯤 몇몇은 '비정규직'이란 글자가 붙은 얼음을 무대에 가져와 망치로 깨부수는 퍼포먼스를 했다. 여기저기서 환호와 박수가 터졌다.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대학 청소·경비·시설관리 노동자들도 연세대·고려대 등 서울 시내 대학에서 '최저임금 1만원 쟁취 결의대회'를 열었다. 특히 서경지부 연세대 분회 조합원 150여 명은 연세대 본관 건물 뒤편에서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북·꽹과리·징을 치며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여름 계절 학기 수업이 진행되던 시간이었다. 소음 때문에 더위에도 문을 닫고 수업을 하는 교실이 많았다. 서울 역삼동 CGV 강남점 앞에서는 오후 5시 30분부터 이석기 전 의원,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 등을 양심수라고 부르며 석방해 달라는 선전전이 이어졌다.

민노총은 30일 오후 3시부터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총파업 대회를 연다. 전국에서 조합원 악 3만명(경찰 예상)이 참가한다. 오후 4시 30분쯤부터 정부서울청사에서 시작해 세종로사거리, 종로3가를 지나 청계3가 관수교까지 약 3㎞를 행진할 예정이다. 일부는 오후 4시부터 광화문에서 적선로터리, 통의로터리, 정부서울청사를 지나 광화문광장까지 별도로 행진한다. 경찰은 시위대의 행진 방향 전 차로를 시간대별로 전면 통제할 계획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평소에도 정체가 심한 금요일 오후이고, 시위대 행진까지 겹치면서 '역대급' 교통 정체가 예상된다. 될 수 있으면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