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으로 끼니 때운 아이들

학교 비정규직 1만5000명이 29일부터 이틀 동안 민노총 총파업에 동참했다. 학교 급식과 방과 후 수업 등을 담당하는 이들이다. 파업 이유는 정규직 전환과 수당 인상 등이다. 급식이 중단된 학교 학생들은 도시락을 가져오거나 컵라면 등으로 점심을 때웠다. 아이 도시락을 싸느라 연차를 낸 '워킹맘(일하는 엄마)'도 있었다.

29일 점심시간 서울 성동구 광희중학교 1층 급식 조리실은 텅 비어 있었다. 이 학교 급식조리사 7명 중 6명이 파업에 들어갔다. 학생들은 야외 간이탁자에 삼삼오오 모여 점심을 먹었다. 도시락을 준비한 학생도 있었지만 컵라면이나 김밥, 고추참치 통조림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도 있었다. 김정인(14)양은 "도시락 먹는 게 재미있긴 한데, 엄마에게 미안했다"고 했다.

이날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파업으로 급식이 전면 중단된 곳은 전국 1만1518개 공립 초·중·고교 중 1926곳(전체의 16.7%). 전국 3150개 학교에서 근무하는 급식조리사 등 비정규직 직원 1만4266명이 이번 파업에 동참했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파업 노조원 중에는 돌봄전담사와 특수교육보조원 등도 있다. 초등학교 돌봄교실, 방과 후 학교, 특수교실 운영도 차질을 빚었다.

29일 급식이 중단된 학교 중 598곳은 도시락 지참 가정통신문을 미리 보냈다. 1057곳은 급식 대신 빵과 우유를 제공했다. 157곳은 수업을 단축해 학생들이 집에서 점심을 해결하도록 했다. 서울 관악구 구암고는 28일 급식 지원 대상(저소득층) 학생들에겐 '반찬을 사서 도시락을 싸오라'는 뜻에서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1만원권을 지급했다. 이 학교 한 교사는 "상품권을 받아도 제대로 도시락 싸오기 힘든 학생도 있다. 교사로서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갑자기 도시락을 준비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병원에서 3교대 근무 중인 간호사 이미란(39)씨는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 도시락을 준비하기 위해 연차를 냈다. 근무 교대 시간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는 '도시락통이 없는데 어디에 밥을 싸줘야 하나' '도시락 반찬은 어떻게 만드느냐'는 문의 글이 수시로 올라왔다. 구암고에 재학 중인 김모(18)군은 "직장에 다니는 엄마가 도시락을 싸기 어렵다고 해서 그냥 편의점에서 사왔다"고 말했다.

학비노조는 29일 각 시·도교육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한 데 이어 30일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 집결해 민노총 집회에 동참할 예정이다. 박금자 학비노조위원장은 29일 라디오에 출연해 "아이들이 급식 대신 도시락이나 빵 먹을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프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무성의한 교섭 태도로 해마다 이런 일이 반복돼 안타깝다"고 했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과 비정규 직원의 처우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