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공장 하나가 배위에 통째로 올려졌다

지난 14일 오전 11시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K 안벽의 '프렐류드 FLNG(부유식 LNG 생산설비)'. 작업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30초 정도 오르니 메인 갑판이 나왔다. 아파트 20층 가까운 높이(42m)에 이르자 곧바로 거대한 원통형 시설물이 눈에 들어왔다. 굵기만 30m에 길이가 90m에 이르는 터렛(계류장치)이다. 가스를 뽑을 지역에 가면 터렛이 이 거대한 시설을 고정시켜 준다. 강영규 삼성중공업 상무는 "카트리나급(시속 250㎞) 허리케인이 닥쳐도 끄떡없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프렐류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바다 위에서 LNG를 뽑아내는 공장'이다. 세계적 석유회사인 로열더치셸이 전체 프로젝트에 160억달러(18조원·추정)를 쏟아부었고, 10년 동안 21개국 최고 전문가들이 투입돼 완성됐다. 2012년 삼성중공업이 '강재 절단'을 시작으로 건조에 나선 지 꼬박 5년 만이다. 29일 오전 5시 프렐류드는 예인선에 이끌려 목적지인 호주로 출발했다. 자체 추진 동력이 없기 때문이다. 프렐류드가 출발하기 전 본지는 그 내부를 들여다봤다.

◇갑판은 축구장 4개 넓이, 중형차 43만대 무게

20여 분 안전교육 뒤 안전모·안경·장갑·워킹슈즈를 착용하고 프렐류드에 오르기 전, 안전모에 부착된 위치추적기(POB)를 전자장치에 대야 했다. 셸 관계자는 "시설이 워낙 크고 많은 인원이 일하다 보니 사고가 발생했을 때 위치를 신속히 파악하고, 조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도 프렐류드 곳곳에서 3000여 명이 마무리 작업 중이었다. 건조가 한창일 땐 5000~6000명이 한꺼번에 투입됐다.

직접 올라 본 프렐류드는 엄청난 규모였다. LNG 액화 시설 계단을 올라 가장 높은 100m에 올라서니 다른 독(dock)에서 건조 중인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나 시추선이 조그맣게 보였다. 프렐류드 길이는 488m. 세워놓는다면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타워(555m)보다 조금 낮다. 데크 넓이는 축구장 4개를 나란히 붙여놓은 것과 같다. 무게는 파리 에펠탑 36개, 중형차 43만대와 맞먹는다. 16개 탱크에 가스와 기름을 가득 채우면 항공모함 6척 무게(60만t)라고 한다.

프렐류드 갑판은 노란색·은색 파이프와 케이블 정글이었다. 해저에서 가스를 뽑아내 불순물을 제거한 뒤 LNG·LPG·원유를 분리하고, 600분의 1로 LNG 용량을 줄이는 액화 공정을 위한 LNG 플랜트와 발전설비(보일러)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조그만 공간도 낭비하지 않기 위해 크고 작은 파이프와 전선 케이블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빽빽하게 연결됐다. 전선 길이를 모두 합치면 310㎞라고 한다. 강영규 상무는 "8만t 규모 플랜트 설비를 선체에 올리는 게 프로젝트 핵심 공정이었다"며 "6000t짜리 14개 블록으로 나눠 선체에 올린 뒤 이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프렐류드에는 150여 명이 근무할 예정인데 컨트롤룸이 위치한 생활 시설엔 개인 숙소와 식당, 휴게실, 영화관 시설도 갖춰졌다.

◇21개국 전문가 참여한 글로벌 프로젝트…

민지선 셸코리아 부장은 "프렐류드는 글로벌 기술의 결집체"라고 말했다. 설계와 건설은 프랑스 테크닙과 삼성중공업이, 가스전 해저 설비는 호주·노르웨이·말레이시아가, 터렛은 두바이, 보일러 시설은 일본이 맡았다.

29일 출항한 프렐류드는 한 달 정도 뒤 호주 북서부 브룸에서 475㎞ 떨어진 가스전에 정박해 앞으로 25년간 매년 우리나라 국민이 한 달 이상 사용할 수 있는 LNG를 생산하게 된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LNG 수요 증가로 관련 선박과 해양 설비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번 프로젝트 성공은 한국 조선 해양 플랜트 산업이 재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2011년 셸이 세계 최초 FLNG 발주를 결정하자 업계는 '게임체인저(판도를 바꾸는 중요한 역할)'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폴 다아시(Paul D'Arcy) 셸코리아 사장은 "개발에 제약이 있었던 원거리, 소형 해양 가스전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얻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