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여고생, 프로 언니들 꺾어

열네 살 때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해온 최혜진(18·부산학산여고 3학년·사진)이 한국 여자 골프의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5주 연속 '지현'이라는 이름의 선수가 우승하던 KLPGA의 '지현 전성시대'는 최혜진의 등장과 함께 막을 내렸다.

2일 강원도 평창 버치힐 골프장(파 72)에서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 아마추어 신분으로 출전한 최혜진이 각종 기록을 쏟아내며 프로 언니들을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날 한때 경기가 중단될 정도로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지만 최혜진의 불꽃 샷은 뜨겁게 타올랐다. 5언더파 공동 10위로 최종 3라운드에 나선 최혜진은 이날 이글 2개, 버디 5개로 9언더파 63타를 기록했다.

9언더파는 이 대회 코스 레코드를 2타 줄인 것이며 최종합계 14언더파 202타는 2015년 고진영이 기록한 대회 최소타를 1타 줄인 기록이다. 아마추어 선수가 KLPGA 투어에서 우승한 것은 2012년 4월 김효주의 롯데마트 여자오픈 우승 이후 5년 2개월 만이다. 김효주는 당시 대원외고 2학년이었다.

최혜진은 처음 태극마크를 단 2014년에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박결·이소영과 함께 여자 골프 단체전 은메달을 땄다. 지난해엔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 뉴질랜드 여자오픈에서 준우승을, 세계여자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도 E1채리티오픈에서 준우승, 한국여자오픈에서 공동 4위에 올랐다.

166㎝로 큰 키는 아니지만 빠른 스윙 스피드를 활용해 260~270야드의 드라이버 샷을 날린다. 거의 그린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아이언 샷의 정확성이 높다.

최혜진은 이날 263m로 거리를 당겨 놓은 파4홀인 5번홀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해 홀 2m 거리에 원온 한 뒤 가볍게 이글을 뽑아 승기를 잡았다. 최혜진은 16번홀(파4)에서도 8언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을 그대로 홀에 집어 넣으며 14언더파를 기록, 우승 경쟁을 벌이던 김지현(26·한화)과 조정민(23·문영)을 제치며 단독 선두에 올랐다. 김지현·조정민은 한 타 차 공동 2위가 됐다. 아마추어인 최혜진이 우승 상금 1억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김지현과 조정민은 1·2위 상금을 합해 둘로 나눈 7875만원씩 받았다.

최혜진은 만 18세가 되는 오는 8월 23일 이후 KLPGA 입회 신청이 가능하다. 이번 우승으로 내년까지 투어 시드가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