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뒷골목 모텔서 족발·피자 시켜먹으며 숨어 지냈다

‘창원 골프연습장 여성 납치·살해사건’의 용의자인 심천우(31)씨와 그의 여자친구 강정임(36)씨가 시민의 제보로 3일 서울에서 붙잡혔다. 사건 발생 9일 만이다. 이들은 이날 오후 서울에서 창원서부경찰서로 압송됐다. 기자들의 질문엔 일절 답을 하지 않았다.

3일 경찰 등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달 28일 오후 4시쯤 서울 중랑구 모텔에서 일주일치 방값(20만원)을 선불로 낸 뒤 5일간 음식을 시켜 먹으며 방에서 은신했다. 당초 한 달쯤 묵을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투숙 닷새째였던 지난 2일 오후 9시쯤 짐을 싸 들고 모텔을 나섰다가 자정 무렵 돌아왔다고 한다. 이들은 경찰의 탐문 수사와 한 시민의 제보로 붙잡혔다. 경찰은 3일 오전 9시쯤 모텔을 찾아 심씨와 강씨를 강도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서울 중랑 경찰서는 이날 오후 5시 15분쯤 심씨와 강씨의 신병을 경남 창원서부경찰서로 넘겼다. 심씨는 하얀색 티셔츠에 검은색 바지, 강씨는 하얀색 셔츠에 아이보리색 치마 차림이었다. 이들은 ‘피해자 가족들에게 할 말 없나’ ‘원한 관계였나’ ‘돈 때문에 살해했나’ ‘서울에 어떻게 왔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안경을 쓴 심씨는 약간 미간을 찌푸리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강씨는 두 손으로 고개를 숙이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심씨와 강씨, 심씨의 6촌 동생(29)은 지난달 24일 오후 8시 30분쯤 경남 창원시 외곽의 한 골프연습장 지하주차장에서 연습을 마치고 나온 김모(47)씨를 납치했다. 이후 경남 고성의 한 폐 주유소로 김씨를 끌고 가 살해하고, 경남 진주시 진양호에 시신을 버렸다. 이들은 25일 오전 전남 광주 시내의 은행 두 곳으로 가서 현금자동인출기(ATM)에 김씨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넣어 현금 410만원을 빼냈다. 심씨와 강씨는 사건 이튿날인 26일 오전 전남 순천의 미용실에서 머리를 짧게 잘랐으며, 같은 날 오후 1시쯤엔 PC방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둘은 지난 27일 오전 1시쯤 경남 함안군 가야읍에서 자신들의 도주용 스포티지 차량을 버린 채 사라졌다. 당시 또 다른 공범인 심씨의 6촌 동생만 현장에서 붙잡혔다. 심씨와 강씨는 택시 등을 타고 서울에 잠입, 예전에 방문했던 경험이 있는 중랑구를 도피처로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경찰은 지난달 28일 심씨와 강씨를 공개 수배(보상금 최고 500만원)했고, 30일엔 CC(폐쇄회로)TV에 찍힌 이들의 모습을 추가로 공개해 시민 제보를 유도했다.

심씨와 강씨는 3일 오후 9시 15분쯤 경남 창원서부경찰서에 압송됐으며,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도주 행적 등에 대해 밤샘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이들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불량자였던 심씨는 평소 어머니 명의의 신용카드를 사용했다. 하지만 4000여만원이 연체된 상태에서 범행 하루 전날에 카드 거래가 정지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