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깊은 뉴스] '미스터리' 피자

'갑질 논란'에 휘말린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69) 전 MP그룹 회장이 3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그는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미스터피자 갑질 논란'의 쟁점은 두 가지다. 우선 정 전 회장이 탈퇴한 가맹점 옆에 본사 직영점을 차려 보복했다는 비판이 있다. 또 본사가 가맹점에 직접 치즈를 공급하지 않고, 중간에 동생 회사를 끼워 넣어 치즈값을 부풀렸다는 의혹도 나온다. 검찰은 이 두 사안이 공정거래법 위반인지 조사 중이다.

◇탈퇴 가맹점 옆에 보복 출점했나

지난 3월 인천에서 미스터피자 가맹점을 탈퇴해 따로 피자 가게를 차렸던 이모(41)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미스터피자 동인천역점을 운영해오던 이씨는 지난해 6월 가맹 계약을 해지하고 폐점했다. 일부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상생협약을 지키지 않고 막무가내식 갑질을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씨는 미스터피자에서 탈퇴한 가맹점주 10여 명을 모아 '피자연합'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전국 10여 곳에 매장을 냈다. 미스터피자 동인천점과 이천점도 이때 '피자연합'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지난 1월 미스터피자 본사는 '피자연합' 동인천역점과 이천점에서 40~200m 떨어진 곳에 직영점을 냈다. 피자를 팔 때 돈가스를 공짜로 끼워주거나 치킨을 3분의 1 가격에 팔았다.

'피자연합' 점주들 사이에서 "우리를 망하게 하려고 미스터피자 본사가 보복 출점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자살한 이씨와 친분이 있었던 한 점주는 "이씨가 자신에게 보복하는 것까지는 버텼는데, 동료가 낸 이천점까지 타격을 받자 부담감이 심해져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고 했다.

미스터피자 본사 측은 "보복 출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잇단 폐업으로 미스터피자가 해당 지역에서 없어졌고 고객을 위해 신규 출점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정 전 회장은 "미스터피자와 피자연합 매장은 메뉴나 운영 방식에서 차이가 분명해 경쟁 관계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중간업체 통해 치즈 비싸게 공급했나

또 다른 쟁점은 미스터피자 본사가 가맹점에 치즈를 공급하면서 중간에 납품업체를 끼워 넣어 부당 이득을 챙겼느냐는 것이다. 미스터피자 일부 가맹점주들은 "정 전 회장이 자신의 친·인척과 측근이 있는 업체들을 끼워 넣는 바람에 10㎏당 7만원대에 공급받을 수 있는 치즈를 9만4000원(부가세 포함)에 매입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미스터피자에 치즈를 납품하는 'CK푸드'는 정 전 회장의 친동생이 운영한다.

미스터피자 측은 "유가공 업체로부터 치즈를 공급받으려면 담보를 제공하거나 현금결제를 해야 하는데, 미스터피자는 재정상 이런 게 불가능하다"며 "대신 CK푸드가 매일유업의 대리점권을 획득하고 치즈를 매입 후, 미스터피자에 치즈를 공급해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스터피자 본사는 "모차렐라 치즈 10kg당 약 7만9000원(부가세 제외)에 가맹점에 공급했는데, 이는 경쟁 업체인 D사(약 8만5000원)나 P사(8만8000원)보다 싸다"고 주장했다. 정 전 회장은 "경쟁 피자업체나 심지어 동네 피자보다도 치즈를 싸게 공급해왔다"며 "가맹점주들에게 갑질해 부당이득을 취할 생각을 했으면 어떻게 맨주먹으로 경쟁 업체를 이길 수 있었겠느냐"고 했다. 정 전 회장은 1990년 일본에서 '미스터피자' 브랜드를 들여와, 이대 앞에 1호점을 열었다. 이후 일본 업체로부터 브랜드를 사들였고, 2008년 피자헛, 도미노 피자 등을 제치고 국내 업계 1위에 올랐다.

◇"중간업체 통한 공급 관행 개선돼야"

미스터피자처럼 중간업체를 통해 치즈를 공급하는 것은 프랜차이즈 피자 업계의 관행이라는 주장이 있다. P프랜차이즈 가맹점협회 관계자는 "회장 가족이 식자재 공급 회사를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고, 물류 마진을 챙기기 위해 식자재값을 뻥튀기하기도 한다"며 "치즈뿐 아니라 새우 등 부재료도 시중 판매가의 2~3배를 요구한다"고 했다.

또 다른 피자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 미스터피자가 먼저 매를 맞는 것"이라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이번에 제기된 이른바 '치즈 통행세'는 미스터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문제점을 인식하고 제도 개선을 이뤄낼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