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실 포장지부터 이한열 티셔츠까지

조선시대 남녀의 애끓는 정분에서부터 1987년 민주화 운동까지, 박물관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독특한 주제의 역사 특별전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관람 계획을 짜기에 따라서는 광화문(국립고궁박물관·대한민국역사박물관), 신문로(서울역사박물관)와 용산(국립한글박물관), 반포(국립중앙도서관)를 거쳐 판교(한국학중앙연구원)로 이어지는 '역사전(歷史展) 투어'가 가능할 정도다. 모두 무료 전시다.

국립고궁박물관의 '조선왕실의 포장 예술'(9월 3일까지)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 전통 포장 문화'의 격조가 빛난다. 나무, 가죽, 비단 같은 다채로운 재질이 쓰였고 보자기 하나에도 기품이 있었다. 옥조각을 엮어 만든 옥책(玉冊) 포장을 예로 들어 보면, 옥판 사이 마찰을 막는 작은 솜보자기(격유보)를 넣고 그걸 갑으로 싼 뒤 내함(內函)과 외궤(外櫃)에 넣어 각각 비단 보자기로 싸서 포장했다. (02)3701-7500

선인(先人)들의 사랑은 현대인보다 훨씬 애절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의 '옛사람들의 사랑과 치정'(12월 16일까지)은 딱딱해 보이는 고문헌 여기저기를 스쳐 지나가는 자유분방한 욕망을 주제로 한다. 사별한 남편을 애통하게 그리워하는 편지를 남긴 '원이 엄마' '지난밤 그놈을 차마 못 잊어 하노라'는 작자 미상의 노골적인 사설시조를 만나볼 수 있다. (031)709-8111

국립한글박물관의 '순간의 풍경들'(9월 3일까지)은 조선시대 '청구영언'의 원본을 처음으로 전시하며 아름다운 노랫말을 풀어낸다. (02)2124-6203

국립중앙도서관의 '족보, 나의 뿌리를 찾아가다'(8월 27일까지)는 여성의 가계를 수록하는 등 통념을 깨는 다양한 족보를 소개한다. (02)535-4142

서울역사박물관의 '국경을 넘어, 경계를 넘어'(9월 3일까지)는 1960~70년대 서독으로 떠났던 한국인 간호 여성들의 이야기를 펼친다. 고국에서 보낸 결혼식 한복, 1977년 강제 송환에 반대했던 서명운동 자료 등, 분단국가에서 또 다른 분단국가로 떠났던 이들의 정치·문화적 삶을 조명한다. (02)724-0274~6

1987년 민주항쟁과 민주화 30주년을 기념하는 '민(民)이 주(主)인 되다'(9월 3일까지)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박종철의 안경과 이한열의 유품, 6·29 선언문 원고 등 '현대사 유물'과 함께 민주주의 핵심 가치인 인권·평등·자유의 공고화 과정이 한눈에 보인다. (02) 3703-9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