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7.04 14:06

은퇴를 하고 나면 늘어나는 한가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가 큰 관심사다. 수명은 날로 증가하고 가까이 지냈던 친구도 한둘 세상을 떠나 모임도 줄어들고 잠자는 시간도 줄어 여가는 더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이 취미활동을 찾는다. 댄스, 사진, 서예, 자전거 타기, 색소폰, 오카리나 등 평소에 배우고 싶었던 활동이 주를 이룬다.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막상 시작하려면 쉽지 않다. 또한, 시작을 해도 오래가지 못하고 작심삼일이 되곤 한다. 시작한 일을 왜 꾸준하게 이어가지 못할까?

심리학자들은 인간은 애당초 변화를 싫어하는 속성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사람의 뇌는 몸으로 들어오는 산소나 영양의 20%를 혼자서 처리한다. 어떻게 하든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 하므로 변화를 싫어하게 되고 지금까지 하던 대로 이어가기를 원한다. 몸에 익숙한 것을 유지하려 하고 변화를 가져오려는 새로운 행동을 꺼리게 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게 되는 이유가 명확해진다.

사진=조선일보DB

물리학자 뉴턴의 관성의 법칙으로도 설명된다. 움직이던 물체는 움직이려 하고 정지해 있는 물체 또한 그대로 있으려고 한다. 변화를 싫어하는 인간의 속성과 같다. 우리는 학창 시절에 관성의 법칙 이해를 돕기 위하여 비커 위에 종이를 깔고 그 위에 동전을 올려놓고 종이를 급작스럽게 당기면 종이 위에 있던 동전이 비커 속으로 떨어지는 실험을 했다. 반면에 종이를 천천히 잡아당기면 동전은 떨어지지 않고 종이와 함께 끌려오는 걸 알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실행이 어려움을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작심삼일 현상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작심삼일이 된다고 하여 의지가 약하다 자책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새로 시작한 취미활동을 꾸준하게 이어갈 수 있을까? 영국의 모험가 제임스 후퍼가 그 해답을 던져주고 있다. 현재 재미있게 하고 있거나 관심이 있는 작은 일상을 조금씩 변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임스 후퍼는 이러한 변화를 Micro Adventure(덧칠하기)라고 말한다. 통영의 아름다운 자개상도 여러 번의 덧칠로 만들어지듯이 조금씩 변화를 덧붙이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결과를 낳게 된다.

은퇴 후 늘어나는 여가 관리를 위하여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잘할 수 있는 재능이 있게 마련이다. 그동안 생업으로 뒷전에 미뤄두었거나 아직 계발하지 못했을 뿐이다. 필자는 그런 일의 하나로 유소년 시절에 즐겨 그렸던 그림과 유사한 사진을 60살에 배우기 시작했고 그 사진을 바탕을 재능기부로 확대하였다. 후반생에서 가장 보람 있는 일로 생각되는 자원봉사를 하려고 하여도 다른 분야는 낯설어 시작이 그리 쉽지 않다. 재미있게 하는 사진 촬영을 재능기부로 연결하는 것은 더 손쉬운 일이 될 수 있다. 평소 하는 취미에 덧칠한 경우다. 자기가 재미있게 잘할 수 있는 일상은 많다. 그런 일의 한 분야에 덧칠하여 발전되도록 한다면, 120세 시대가 머지않았다 하여도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에 대해 걱정할 이유가 없다. 작심삼일, 덧칠하기로 탈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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